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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명전 홍시

곶감이 되기 싫으면 일찍이 나를 하늘에 두어 차고 붉기를 죽어도 또 살겠다고 하늘에 가지를 심었을 텐데 똑 떨어지게 아린 건 순전히 가을이기 때문 까치밥이라 하지만 까치도 하늘에 올린 제사상은 기웃거리지 않는다는군 오늘밤 서리라도 온다면 생각해 보았니 맑은 하얀색 속 뽀얀 붉은 색조 예뻐 말도 붙이지 못한 여학생 하늘은 한 가지 배경을 꼭 보태더라니까 그 여학생 가장 먼저 할머니 되었더군 일찍 여물면 나중이 가까워지나 창경궁 통명전 뒤뜰에 서면 장희빈이 떠오르지 저 감처럼 고상했더라면 곶감보다 홍시가 되었었을 텐데 통명전이 길었을 텐데

시 글 2024.11.03

증명, 시간 속에

높은 곳에 오를 거라고 믿음이라고 왜 그게 믿음이 되는지 '?'를 삼키고 살았지 끄덕여야 한다고 또 삼키고 끄덕이고 떨어지기 쉬운 하늘은 높아도 낮아도 믿음이라고 몸은 신호등을 보고 있고 나는 벌써 건너가고 있었어 바빴던 걸까 세상이 내 앞에 내가 가고 있었네 강 하나 건넜는데 같은 세상이 나타났지 하늘나라라고 믿음이라고 그것은 둘일까 하나일까 믿음이라고 너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데칼코마니는 여백을 메꿀 구도에 필요한, 출발점을 알리는 사진이고 징검다리는 푸른 시절 아슬한 놀이터 빛이 거짓일 수 없게, 과학자가 하는 일이 진실을 캔다는 것 사진은 거짓이 되었다 만들어 가고 있는 그림이고 구부러진 그림자이고 사실 같은 거짓인지, 하늘나라를 증명하라 이태원은 그림도 그림자도 아닌 날개 부러진 천사의 시간이었나

시 글 2024.11.01

대륙횡단 열차

창밖 쓸려가는 자작나무 숲 무전여행 같아 노래를 불러보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을 살아가는 여행 중에 한 해의 꼬리를 물고 건너는 벌써 과거라는 칸막이 들 긴 끝에 달린 목숨처럼 질긴 너 정말 어디로 길을 내고 가는지 있어, 알아, 보았어 곳을 시선을 끌고 가는 대륙횡단열차는 시베리아 벌판을 느름 피우며 간다, 뒤따라 가는 편안함은 종교를 넘어섰나 토막 진 생들 길게 줄 이어 마딘 하루를 끌고 있다

시 글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