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통명전 홍시

마음의행로 2024. 11. 3. 21:10

곶감이 되기 싫으면
일찍이 나를 하늘에 두어
차고 붉기를
죽어도 또 살겠다고 하늘에 가지를
심었을 텐데
똑 떨어지게 아린 건
순전히 가을이기 때문
까치밥이라 하지만
까치도 하늘에 올린 제사상은
기웃거리지 않는다는군
오늘밤 서리라도 온다면
생각해 보았니
맑은 하얀색 속 뽀얀 붉은 색조
예뻐 말도 붙이지 못한 여학생
하늘은 한 가지 배경을 꼭 보태더라니까
그 여학생 가장 먼저 할머니 되었더군 일찍 여물면 나중이 가까워지나
창경궁 통명전 뒤뜰에 서면 장희빈이 떠오르지
저 감처럼 고상했더라면
곶감보다 홍시가 되었었을 텐데
통명전이 길었을 텐데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의 체위  (35) 2024.11.12
비어가는 산  (15) 2024.11.10
증명, 시간 속에  (13) 2024.11.01
대륙횡단 열차  (26) 2024.10.22
푸른 소리  (0) 202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