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체위 누가 망설이게 했나 가는 길에 수북한 그림자 속 나뭇잎이었거나 돌밑 숨을 쉬었을 겨울나기 축축하게 고실로 바뀐 벌거벗은 동물은 계절의 체위를 믿었는지 9월 같은 11월에 상강을 입고 입동에 말라버린 체위 널 놓아버렸네 낭패는 허용, 실패의 언어마저 없는 생태계 누군가의 한 끼 감으로 내 던져준 연체 하나 그 순서의 순환에 밀어 넣어 본다 시각을 시 글 2024.11.12
비어가는 산 나뭇잎 져 입숙한 산 입맛 없는 등성이 되었는지 하늘을 기대고 오르던 어제 숟가락마저 떨어뜨리고 정리라도 하려는 듯 오래된 이야기나 들으려 귀를 붙였나 수십 년 감 싸돌던 나이테 몸속 소리가 휘이휘이 젓가락 바늘 사이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시 글 2024.11.10
통명전 홍시 곶감이 되기 싫으면 일찍이 나를 하늘에 두어 차고 붉기를 죽어도 또 살겠다고 하늘에 가지를 심었을 텐데 똑 떨어지게 아린 건 순전히 가을이기 때문 까치밥이라 하지만 까치도 하늘에 올린 제사상은 기웃거리지 않는다는군 오늘밤 서리라도 온다면 생각해 보았니 맑은 하얀색 속 뽀얀 붉은 색조 예뻐 말도 붙이지 못한 여학생 하늘은 한 가지 배경을 꼭 보태더라니까 그 여학생 가장 먼저 할머니 되었더군 일찍 여물면 나중이 가까워지나 창경궁 통명전 뒤뜰에 서면 장희빈이 떠오르지 저 감처럼 고상했더라면 곶감보다 홍시가 되었었을 텐데 통명전이 길었을 텐데 시 글 2024.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