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삐거덕, 교실하다

마음의행로 2024. 10. 17. 23:33

반음절 접힌 아이를 받았어요
오는 햇빛과 보내는 달빛 표정 사이
이야기를 해독하는 루트를 캔답니다

왜 걸리지 않고 바퀴예요
멀쩡하게 생긴 유모차는 암호 같은 표식자를 가졌지요

배로는 바다를 밀고 가 파도를 쥐어보고
발이 넷 되었을 무렵
마당과 모래밭에서 달음질이 살 거라고

캐고 싶지 않아요
왜 끌게 되었는지 몸을

직립이란 중력을 이기는 염색체가 꽂혀 있는지
치마폭 마저 당겨 서려는 손톱의 발버둥

앉아서 재는 키도 사람입니다

동작되지 않은 로봇의 늘어진 다리처럼
무릎은 아래 미안을 세워주지 못하고
스스로 키가 되어 멈춘 듯했어요

‘바이엘 66번’ 악보
오른손의 음표와 왼손의 반주가 첫 번째 악기가 되듯
밀어낸 입술과 엉긴 발음을 깁고 여미는 되돌이 표

닫으려 했던 입이 이렇게 맺혔어요

나ㆍ도ㆍ걷ㆍ고ㆍ싶ㆍ어ㆍ

‘MLST-2’에서  ‘스트레스 제로'라는 하얀 종소리

아창거리던 입과 다리
삐거덕 교실 하나 나오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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