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7

기상 캐스터

개구리 목소리 속에 갈증 섞인 빗방울 소리 몇 들어 있어요 벌써 장마 끝 저편에 방학이 시작되네요 김동관 통보관은 기상청 과학이 과학도 아닌 시대 내 몸 치수에 피멍자국까지 척척 맞춰 내었던 일기 예보는 개구리의 목청을 수만 번 들어 일백만 하늘로 날씨를 쪼갰다는데 구름이 꼬리를 꼬는 방식에서 하늘이 소변 쏟는 시간을 알았고 낮 재비가 낮게 논고랑을 나는 날에 비가 마중 나온다는 걸 배웠다대요 달무리가 달에 반지 끼울 때 다음 날 비는 이별의 비가 될 터이고 석양이 밝고 환하면 다음 날 해가 톱날을 세우는 날 전 날 바람이 잎사귀의 등을 까보이고 비벼대면 벼락비가 올 것이고 개미가 줄을 이어 이사를 하면 장마가 온다고 했어요 어머니 관절이 저려오면 비는 하루 이틀 맘먹고 사고를 친다네요 혹 그녀가 달거리..

카테고리 없음 2024.09.15

누굴 닮아가는 일

가장 안 닮았다던 둘째 그럴수록 틈이 벌어져 갔다 꼿꼿한 자세도 바른 걸음걸이도 바꾸어 보고 이 모양 저 모양 목소리까지 어머니 쪽으로 기울어져만 갔네 누구를 닮아간다는 건 조용한 오솔길 걷기에 몸 맡기는 것 첫 오이 원두막 데이트, 오누이처럼 닮았네 벌써, 망지기 할아버지 갈수록 굽어져 가는 부성은 아내 쪽으로 더 여물어져 가고 삼배옷 입고 가신 날 엎디어 얼굴 한 번 맞대어 보았을 뿐 먼 훗 날 흉내, 속내 꼭 닮은 둘째 아버지였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