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줍지 밤알 한 주먹 공으로 주웠어요 도둑의 발걸음은 아니지만 남 모르는 밤길이었음은 사실이에요 하늘이 주었는지 땅이 베풀었는지 알길 없지만 한 알에 세상이 들어있어 가볍지 않았어요 어릴 적 우주를 손가락 두 개로 던져 너를 잡아오던 구슬치기가 생각났어요 오늘도 그런 꿈을 꾸고 살아요 이럴 땐 누가 날 좀 델꼬가 주세요 시 글 2024.09.23
수평의 고요 실잠자리 하나 찾아오지 않은 심심한 오전 궁뎅이들이 말을 타고 하늘을 오르는 기다림은 유치원 '잘가세요' 선생님 손흔드는 바람이 지고난 오후 겨우 무릎 하나 세웠는데 꿈 아이들에겐 하늘 나는 잠자리보다 짧은 방학 카테고리 없음 2024.09.15
기상 캐스터 개구리 목소리 속에 갈증 섞인 빗방울 소리 몇 들어 있어요 벌써 장마 끝 저편에 방학이 시작되네요 김동관 통보관은 기상청 과학이 과학도 아닌 시대 내 몸 치수에 피멍자국까지 척척 맞춰 내었던 일기 예보는 개구리의 목청을 수만 번 들어 일백만 하늘로 날씨를 쪼갰다는데 구름이 꼬리를 꼬는 방식에서 하늘이 소변 쏟는 시간을 알았고 낮 재비가 낮게 논고랑을 나는 날에 비가 마중 나온다는 걸 배웠다대요 달무리가 달에 반지 끼울 때 다음 날 비는 이별의 비가 될 터이고 석양이 밝고 환하면 다음 날 해가 톱날을 세우는 날 전 날 바람이 잎사귀의 등을 까보이고 비벼대면 벼락비가 올 것이고 개미가 줄을 이어 이사를 하면 장마가 온다고 했어요 어머니 관절이 저려오면 비는 하루 이틀 맘먹고 사고를 친다네요 혹 그녀가 달거리.. 카테고리 없음 2024.09.15
누굴 닮아가는 일 가장 안 닮았다던 둘째 그럴수록 틈이 벌어져 갔다 꼿꼿한 자세도 바른 걸음걸이도 바꾸어 보고 이 모양 저 모양 목소리까지 어머니 쪽으로 기울어져만 갔네 누구를 닮아간다는 건 조용한 오솔길 걷기에 몸 맡기는 것 첫 오이 원두막 데이트, 오누이처럼 닮았네 벌써, 망지기 할아버지 갈수록 굽어져 가는 부성은 아내 쪽으로 더 여물어져 가고 삼배옷 입고 가신 날 엎디어 얼굴 한 번 맞대어 보았을 뿐 먼 훗 날 흉내, 속내 꼭 닮은 둘째 아버지였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15
누구세요 너는 걸어다닐 수 없어서 사람에게, 너는 순종하지 않아서 나무에게 심겼다 어느 미련한 미모의 여인과 못 생긴 영리한 남자가 결혼하면, 잘 생기고 영리한, 못생긴 미련한 어떤 아이가 생겨날지? 하늘의 뜻을 셈해 보는 너는 인생이란 수족관 안에 갇혀있구나 카테고리 없음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