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갱도
어둠에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든 연한 빛이었을까
헤매고 다녔을 촉수들이
화재 속 죽음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구나
하늘에서 땅을 구했을 것이고
흙을 만들어 숨구멍을 넣었으리라
어느 날은 뼈를 갈아 비료공장을 공중에 세웠고
수돗물에서 실뿌리 미네랄을 핀센트로 뽑아 냈다는 소식
물 한 방울도, 층층이 밀어 올린 뿌리 덕에 떨구지 않았겠지
지하철 입구 골목, 홀로 팽나무처럼 서서 식빵 몇 조각과 물병 하나로 숨 막히는 대서의 젊은 점심을 때우기도 했고
삼각김밥을 편의점 설치대 끝에서
창 밖을 흘끗 보며 꾸억 먹을까
그래도
국물 있는 라면 하나로 입맛과 속을 동시에 메울 골목 복을 누려볼까
과장님은 오늘도 라면이에요
으응, 미식가인 나의 취미야 해
보지만
가라앉다 보면
스프링처럼 눌렸다가 튕겨 을랐던 걸까
벽이 놀래 뻥 터져 넘어졌는데
엊그제 피어 올렸던 꽃잎마저
떨구었으니
이제 지하방이면 황공하옵고
쓰레기통, 매립장 행은 아닐지
그리 흔한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 못하고
돌아왔던
엊그제를 비켜 돌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