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귀촌의 노고를 지긋히 보고 있다
왠만한 부지럼이 아니고는 열어주지 않은 회관이
고개를 끄덕일 때가
계절 네 개를 넘기고 나서다
밤이라도 길을 잃은 마실이 없었던 것은
어둠 속에도 깊은 빛이 숨어들어 있음을 안 후였단다
집집마다 골목엔 박힌 돌이 뾰쪽해도
이곳에서는 넘어진 횟수를 세기까지
이야기 거리다
처음 도시가 들어올 때는
여름날 별똥별 하나 지나가리라고
한쪽 눈만 반짝였다
내년에는 마을에 교회 종소리보다 큰 울림 하나가 솟아오를 거라는
소문에
회관도 학교도 마을 얼굴들이 출렁거린다
내 손자 보게 될 거라고 회관 안 손가락들이 벌써 기저귀를 개고 있다
토방까지 바래다주는 석양이
'힘을 내' 도시 양반
용기 하나 더 넣어주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