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너는 어떻게 와

마음의행로 2024. 3. 9. 13:39


사춘기 아이
어제 오전은 마이너스 3 깃을 세우는 십삼 도 체온 오후
에어컨이 몸의 끈을 살짝 끌러
가만히 하늘의 문을 열어볼까 말까
날더러 출근하라는지 말라는 건지
벚나무 가지가 벌의 채비를 염려하는 이른 아침
눈비 많아 새파래져 올라온 골짜기에 초등학교 골목 찰랑거리는 물빛을 입고 나온 이끼 얼굴
채비를 하든 핑게를 물든 맨 먼저 댓글을 다는
산수유
산 녹은 도시락을 열자 쉬파리 벌써 알아차린 등산
딱따구리 홀벗은 나무 가지 뒤에 숨어 몸통 목탁을 구르는 궁금한 소식
어디에 숨었다 동쪽 바람 맛을 알아차린
숲의 끄덕임
아마추어 애호가가 그리는 날들을 채우려 하는 백석 이래저래 연민 같은 눈
미지근한 젊은 내음 가지고 꼭지에서 몸을 내리는 세면대
파도가 파랑의 몸을 몰고 와 모래밭에 하얀 휘파람 결을 쌀쌀히 풀어내는지
뭐니 해도 벌써 하얀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펼 것 같은 4월을 미리 벌이 속을 열어보는 숭숭한
내 목련은 아닐까
누구의 봄은 이런저런 가지 매화 상상을 골짜기에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는 창틀 사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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