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고 싶구나,
지금도 구석진 자리에서
몸에 물기가 돌고 덜 바래졌을 땐
뜨끈한 인절미도 품어내곤 했었는데
전기 들어오고 방앗간 돌리더니
치마폭 새색시도 어매 할머니도
눈 여김 한 번 주지 않더구나
가끔은 친정온 큰딸이 애환도 끌고 오고
손주 이쁜 짓도 귀에 걸어 그네도 태워주더니
세월 커가면서 시댁이 우리 집이라고 곡간 열쇠까지 보여 줬잖냐
기특도 하고 서운키도 했단다 어매가,
딸 하나 잃어버렸다고
나도 이상한 세상 만나고서부터
살도 빠지고 떡메 쳐 주던 삼돌이도
장가가 버렸고
입 주둥이만 벌이고 있으면 뭐 하냐
쌀 한 톨 먹여 주는 이 없으니
바짝 말라 옆구리마저 터지고 말았지
근데 세상 알 수 없어야
어느 날 나를 비싼 가격으로 사가겠다고
귀한 집에 얼굴 성형까지 시켜서 모시고 살겠다고
재수 맞으면 늘그막에도 동백꽃을 피워낸다더니
두고 봐라
곧 각시가 되어 있을 테니
그나저나 어서 올해가 가고
봄이 와야 온다고 했으니
아직은 이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