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대지의 언어

마음의행로 2023. 11. 29. 19:20

당신은 참 잘 살아오셨더군요
땅에서 자라 퍽이나 먼 인연 같지만
나를 화폐와 바꿀 때부터 당신을 싱싱하게 보았어요
양픈에 넣고 깨 벗겨 하얗게 목욕시킬 때
태양을 향해 자란 엽록체 팔을 자를 때에도
생명이 교환되어 가는 과정과 가족 미각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금을 말리려 맹 추위에 매달아 놓았어요
깔끔한 기도하는 품성을 보았지요
나는 잘 견딜 거예요
가지런한 당신의 다음 손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서릿발이 되었다 녹았다
봄이 지나면 야들해지고
작년 V자 편대 가을바람과 비, 햇빛과 땅의 습을 따끈한 국물로 뜰 수 있도록
된장을 풀 때 휘저으면
대지에서 받은 향을 당신께 선물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이라는 걸
떠올려 주세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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