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불 속 들어갈 때
그와 나누는 대화를 독백이라 합니다
둘이 속삭이려면
벽에 기댈 때 높이가 맞습니다
어떤 배경 이야기든, 예를 들면 아름다움 고통 지식 종교 등
그는 변색하지 않는 평등심의 소유자로 나옵니다
가끔 자전거를 타면 특별할 수 있어요
따라다니며 바퀴를 돌립니다
나는 무동력이 되는 경지를 맛보게 되지요
혹 배를 탄다면 검은 고래 한 마리
배 아래 희뜩번뜩 찰싹 붙습니다
늘고 줄임에 자유로운 길이
나와 같은 키 재기
들어도 입이 없고
보아도 전함이 없는,
먹물 찍어 산수 그려 내는 동양화가랄까
발뒤꿈 물고 사는 천성은 꼬리달린 신의 신봉자 여서일까
죽음이 영원한 거라면
순간 든 낮잠의 그림자
같이 걷고 먹고 한 이불속 들어갈 때
고스란히 한 몸의 이야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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