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새 아침을 주문하다

마음의행로 2023. 5. 26. 10:59

목성에서 아침을 일어난다
부피가 크면 일어서기 힘들어서
물속에 넣은 소금이 된 가죽옷을
입고 일어난다
억지 밥을 소리라도 맛있어지라고
꼬꼬 꼭 씹어 삼켜 본다
목구멍이 헛발질을 케캐 캑하고
하루를 견뎌 낸 짠 땀이 눈 안에 뻐걱뻐걱 레슬링 한다
오늘을 둘러보니
어제 만치 벗어날 길은 다닐 곳에 숨겨져 있다
때마침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가
시클롭스키를 만난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거
새롭게 하기일 뿐이다
잠깐의 외출은 돌아오면 목소리
잠기듯 들어가고 일상은 일상이 되고 있다
목구멍이 바이어린을 켜고
뻑뻑한 눈이 함박눈을 맞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목들 형식을
일 년에 한 번은 벗어나
현실과 맞닥뜨리는 다른 지혜를 가지고 있었네
목성을 탈출하기란 이목구비를
어디에 두고 부릴 것이냐에 집중을 해 보려 하는 새 아침의 주문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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