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곽우천
그때가 50년 전 오늘쯤
옛을 끌고 오면 어딘가 약달콤 한 게
달이는 것 같다
그 총각 밥 먹는 걸 보니 어찌 그리
입맛살 있게 깨무는지 아궁이 불 들어가는 소리가 사윗감이더라
초등 2년 13w 유리 알 속 불은
먹을 게 없어서일까 씹는 소리조차
삼킨 침묵의 밤을 뚫고 나와
초록밥 먹은 다니엘보다 더 밝은 방안이었다
대갓집 담뱃대 긴 불 뻐끔 삼킬 때
쓰던 촛불은 지친 하루 끝에 도착한
가난한 제사상 머리 구석에서
곡비 흘려 맺힌 머릿속 한 방울 쪼르르 맑게 해 주던 어미의 갈증
여름밤 풀밭에 짝놀이하던 반딧불이
천자문 앞 꽁무니에 별똥별 깜빡이를 켜고 숨 내쉬면 책상에 쌓이던 긴 문자들
통나무 불고기 구이를 훨훨 하늘에 올리는 번제 소리는 누구의 사윗감 목소리일까
어젯밤 하늘에 그림 그려주고 간
화석 같이 예쁜 딸을 가진
태양
장작불을 이미 후예로 정해 놓았는지
봄바람 바삭 불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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