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내 옆에 서 주세요

마음의행로 2023. 2. 18. 19:41

내가 왜 이 글을 쓰는지 이상할 겁니다
발이 넓으면 훤히 알려지거나 알게 되는데
그렇지를 않네요
크기와 모양새가 다르고 아프리카 나라에서 왔는지
검은색 비단도 있나요 비슷해요
나를 따라다니는 달은 하늘을 고집합니다
땅에서 죽어도 발을 떼어놓질 않는 게 있습니다
눈, 코, 입, 귀 없고 걷거나 앉아있는 걸 보면
투명 인간 아닌가 만져봅니다
칼로 쳐보아도 잘린 자국 흔적 없어요
혹 영혼일까
침대 생활을 안 좋아하는지 바닥으로 누워 삽니다
신밧드 손처럼 키를 늘렸다 잡아당겼다
그러니 가만히 보며 관심이 없을 수 없지요
이걸로 스무고개 게임 끝이 아닙니다
펄펄 끓었던 용광로 속에서도 살았고
냉혈 얼음 속에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태양의 눈물 속에서 땀 흘린 적도
바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부처가 된다 했어요
묻고 싶어요
당신의 온도는 몇 미터입니까
냉정함의 관음을 알고 싶었습니다
여름날은 속에서 있고 싶고
겨울은 떠나고 싶어했습니다 당신을
배가 가라 앉아도 그 속에 들어가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왜요
제 몸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동시에 갖고 있나요 양자학처럼
두 개의 물체가 같은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면 움직임을 못 느끼는 것처럼
바람이 불면 바람같이 흔들리고
없는 날에 부처처럼 보여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철칙은 어디서 가지고 왔나요
거울 속 허상과는 다르네요
표정이 없어요
그러니 감정이 없어보이고 생각은 있어 보입니다 색을 가졌으니
무슨 상상하고 삽니까
재 묻고 싶어요
왜 모두 검은 거지요
아프리카는 더 천연색이죠
어둠이 되려고 한다면 믿을만 해요
겹으로 겹으로 쌓는다면 어둑한 세상
촛불에 흔들리는 당신을 본 적 있습니다
관심은 여기까지 입니다
사전을 보니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이라 적혀 있군요
관심이 사라져서 여기서 마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두세요 꼭
아 참 하나 더 있습니다
내가 걸을 때 내 옆에 서서 걸어주세요
함께요
앞에 서면 그림자라
당신을 매 번 밟고 싶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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