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춘 문예 시를 읽어 내려
모방은 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 게 하는 일
그의 손끝을 따라가 보며 습자지를 올리고선 그림을 배껴 쓴다
사유의 극장 예고편을 쭉욱 한 바퀴 물레질한다
사유는 캐는 게 아니고 오히려 정원을 돌며 정성껏 함께 심어보는 것이다
첫 세션이다
숲과 냇가와 바위와 풀들의 아픈 관절을 살핀다
놓여진 위치마다 마디의 사연을 들춰본다
고래의 혀가 새우의 위치를 캐 낸
수심 깊은 오목 지점에, 서 있는 어부의 마음이 되어 본다
한 연을 해석하는데는 우물에 빠진 숟가락을
달빛을 쪼여 비친 은어의 향을 헤아려 보는 일
두 번째 트랙이 끝이 난다
어디선가 해설사가 등장 해
할머니 이야기처럼 기시감이 든 꿈을 건반에 살짝 탓치해 주면
둠벙에서 배운 미꾸라지 수영이
선수촌 코치를 만나는 매끄러운 수면을 만난다
시적 장치를 적삼을 뒤집어 이 잡듯 깨물면 한 입 문 사과에 시큼한 시향이 입 가득 해
심었던 씨앗에 언제부터 습자지에 소롱소롱 열매가 달리어 나온다
정리되지 않았던 논문 타래가 위 아래 중심을 잡고 풀린 고삐를 틀어 잡을 때
마지막 혀는 남은 감칠맛으로
풀어지지 않는 구석진 생각 몇 개를
염주알로 마저 끼워낸다
본연의 맛을 혀끝으로 헤아리기란 명왕성처럼 멀찍한 어둠을 더듬어 찾는 돌고 도는 공전의 바퀴
수 많은 가지들이 한 쪽에 묶여 빗자루 나란한 파란 숲을 이룰 때
한 필의 비단을 통째로 들고 나오는
안개 속 누군가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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