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해 질 녘 범종소리가
주변 온갖 만물상 속 자기를 깨우고
법 마당 3층석탑
법의를 두르고 별 길을 찾아가나
산새들 나뭇가지에 밤을 심었다네
스님들 동안거 숨 들었을 때
손에 잡힌 경전이
자라던 키가 겨우 잠에 듭니다
범종이 알린 메아리를 이데아라 하고
맥놀림을 그림자라
한 스님이 그리했다 하오
그 많던 자아는 어디로 물러 가고
작은 스님 신었던 고무신 법당 문 앞에
눈 감고 앉아 있습니다
법 일로 사는 배고픈 하루
스님의 호흡은 배꼽을 돌아나와
해 맑은 얼굴 우주 한 켠을 헤아릴 탑이 되었다가 새가 되었습니다 평생 주저 앉은 석탑의 침묵으로 흔들리지 않으려나
처마 끝 번뇌를 깨우려는 듯
땅그랑 깨어지는 풍경소리에 잠을 깨어 텅빈 공간이 들어오는 것을 봅니다
웅어웅어~ 범종이 알리는 새벽 예불 소리가 저 아래 마을에 닿고 돌아오는
한 가닥 퉁소 소리를
귀에서 영영 떼어버릴 작정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 속 누군가를 바라본다 (41) | 2023.01.23 |
---|---|
연 줄이 끊기면서 생긴 일(자전의 방향) (39) | 2023.01.14 |
애처롭다 (48) | 2023.01.05 |
늑대의 노래 (37) | 2022.12.28 |
*모슬포에 있었다 (46) | 2022.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