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연 줄이 끊기면서 생긴 일(자전의 방향)

마음의행로 2023. 1. 14. 13:03

*연 줄이 끊길 때 생긴 일
K회사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옷 입고 구두 끝을 세우지요
지하철은 2분마다 길이를 잊지 않습니다
겉옷을 입을 사람은 왼쪽에서 우로
안쪽을 걷을 사람은 그 반대 철길로 들어섭니다
입구 쪽 시계는 초침까지 맑고 투명하였습니다
끝나는 시간은 아날로그시계처럼 돌고 돌아
지치면, 그제야 말을 걸어 오지요
정신 차리세요
내일 늦지 않게
닭장의 닭이 알을 쑥쑥 뽑아주면
보이지 않는 주인은 웃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아시겠지요
초침은 순간을 가르키지만
누군가가 달과 해를 도는 공전의 길을 만들었고 구심력으로 길들여왔던 걸까요
자전을, 그를 벗어나는 멍청해져 버린 어느 날
미끄러져 빠져도 셈이 없는 넓은 바다에 내 던져졌을 때
생겼어요
새벽 덜 깬 눈이나 밤 중 형광빛 눈 아닌
카멜레온 360도 회전하는 어리둥절 눈
바빠진 그릇들을 이곳저곳 갖다 놓고선
발을 담그다 빼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골목길은 가지도 이리 많은지
디폴트가 사라진 선택의 자유 시대
롤러코스터는 잠시 끝나는 궤도이었어요
짜릿했지요
안개 속, 그 안은 편안했습니다
진짜 정신 차린
새카맣고 맑은 눈이 생겼어요
23.5도 기울어진 뒤통수가 북극성을
바라볼 때였죠
별들이 밭에 뿌려진 이유와
호미를 든 손이
새벽 초롱별에서 밤중 푸른 별 사이
아무도 모르는 심장을 캐내는 일이었지요
언어가 살고 있는 사찰(詩) 말이에요
누구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 다른 누구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닙니다
다른 세상은 구두 끝이 반대 방향으로 세워져 있네요
자전의 시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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