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빈 곳

마음의행로 2022. 11. 19. 15:08

늘 빈 곳을 차지한 긴 발화
말복 밭 골 찬바람 부채이었고
언덕 이마에 서릿발 한 줌 뿌려 준
누군가 널 부르면
먼 곳 한참 비켜보던 바람
초가집 뒷뜰 한켠에 서 있던 개망초
또 누군가의 가장 비천한 존재로
덪을 씌운, 인간을 사랑하는 가슴 브로찌
계절이 소멸되지 못함은
되지 않는 이름 붙인 손을 떠난
바람 때문, 겨울도 지탱하는
나무가 못 되어
한을 여름내내 풀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빈 자리 찾아 나선 행선은
또 어느 시인의 뜸질 메꾸시려고
차림 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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