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귀의 가난/손택수

마음의행로 2022. 11. 28. 15:03

소리 쪽으로 기우는 일이 잦다
감각이 흐릿해지니 마음이 골똘해져서

나이가 들면서 왜 목청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어머니 음식맛이 왜 짜지는가 했더니
뭔가  흐려지고  있는 거구나

애초엔 소리였겠으나 내게로 오는 사이
소리가 되지 못한 것들

되묻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에 집중을 한다
너무 일찍  온 귀의 가난으로
내가 조금은 자상해졌다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시집에서
(쉽고도 호흡이 너무 좋아서 보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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