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을 가져간 사람이 있습니다
나에게 아무 것도 해 줘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생각을 집듯이 가져갈 수 있나요
생각이 물건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편해집니다
주는 선물이 곱습니다
먹을것도 음악도 시집 한 권도
될 수 있어서지요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달이 호주머니로 오지 않고
보낸 연애 편지는 다시 우체부가
들고오지 않는 것처럼
오늘 이 가을도
다 좋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나의 시신에게
생각을 보내는 어떤 사람처럼
그러고 보니
물건을 생각이라 했던 생각이
아주 잘못 되었네요
시신이 물건이라니 무례일 것 같네요
죽어 있는 것을 보내는 건 가볍네요
물건이라서
살아 있는 건 보낼 일이 아니로군요
시신이 되고 말거니까요
내 생각을 가져가신 분
내가 보낸 분이 아니라
가볍게 회상만 해도 되는 분이라
가을처럼 생각을 보낼 수 있는
분이라서
오늘은 내 생각을
보내드릴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