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처음

마음의행로 2022. 9. 13. 14:06

땅에 다리가 있는 걸 처음 알았어
신발을 신었고
보폭도 있었다
바람이 맞서면 주춤거렸고
뒷바람이면 빨랐다
느려질 때면 날이 더웠고
빨라지기 시작하자 가을이 왔다
키를 가졌고 몸도 가지고 있었다
보폭과 속도가 나와 똑같았다
힘이 들자 천천히 걷는다
텁석 주저앉자 같이 주저앉는다
앉아서 너 저리를 떨자 땅도 그리한다
재미있음은
같은 신발을 신었다는 점이다
오른발 왼발 바꾸거나 거꾸로 신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군에 갈 때도 바꿔 신지 않았다
땅에 앉아 동구라미를 그렸다 똑같은
크기로 그린다
자전의 습관인지 들여다보았다
오늘은 언덕을 올랐다
언제 왔는지 내 발 밑에 와 있다
그림자가 말한다
나하고 두 분이 똑같네요
나는 말한다
넌 날궂이 하면 숨는 버릇이 달라
같은 거리를 터벅거렸다 종일
집으로 가기 전
네모를 땅에 그렸다 서로
처음 입을 연다 땅이
'내게로 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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