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소라게

마음의행로 2022. 8. 4. 09:33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눈만 빼놓고 숨었던 숨바꼭질 고향 장독대
하나씩
아예 짊어지고 사는 소라게
총알받이 맞고 배고프게 죽었던 영혼들
나비 되어
모래밭 낳은 알 자리에
슬픈 두 눈 소라게가 되어 사는
마나가하 섬
물테 안경 갈고리 차고 여태껏 섬 넘보고 있는 사꾸라 망령
뼈들 쪼개지고 쪼개진 하얀 모래
대양의 파도도 넘지 못하게 지켜 낸
白衣
갈매기 싸 놓은 만나 떠밀려 나온 산호는 메추라기 영혼 파 먹으며
파도가 들고 나가는 소리
쌀 씻는 어머니 손마디 소리가 보여요
이제
조상 땅 사람들 어찌 알고 찾아오길래
두루마기 마고자 안 보여도 고향 냄새 알아낸 패인 짚신 발자국 울타리 삼고
진달래 분홍치마 입고 싶어 아기 섬 동산 만들었어요
'아리랑'
고개처럼 넘어오는 파랑들에게 들려주세요 우린 잘 몰라요
티니안 전설을 아프게 믿어요 팔아 주세요 이 섬을
지금부터 심을게요 망각 되살려
금수강산 삼천리 문화유산
믿고 살아가겠어요
제주도 남 섬 마나가하가 되어 살게요
등에 진 짐 벗고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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