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마지막 심장

마음의행로 2022. 8. 2. 10:10

그림자 실은 포경선
돛이 없다 언어도 숨었다
수평선을 넘어설 무렵
배는 바다에 눕다가 하늘에 눕다가
하늘을 삼킨 바다
긴 창 끝은 바다 깊이를 가늠하고선
작살수는 외친다
'고래다 수염고래다'
심장 깊이 작살이 파고 들어간다
와! 와!
장생포 항은 핏방울 붉은 강이 산을 이룬다
포구를 돌고 도는 북과 장구와 꽹과리 야단법석들
그는 외친다
'고래다'
뱃가죽 아래서 끌어올린 힘은 바다 심장에 마지막 작살을 내리꽂는다
'장생포는 바다를 잡았다'
와! 와! 와!
심장만 찌르던 아픔은
끝내 갯벌에 몸을 부려 놓은 채
더 이상 닻은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 심장에 박혀서
'고래잡이 금지' 퍼포먼스는 그렇게 막이 내린다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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