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여기 한 호흡이

마음의행로 2022. 6. 30. 06:08
여기 한 호흡 있었네
진달래 동산에서 쉬었던 숨
거친 들판에서 모았던 숨
커렁커렁한 자동차 목구멍을 토하던 숨
숨이 있었네
바다를 칼로 가르고
하늘을 톱으로 쓸어낸
네모난 집을 살기 위한 숨이 있었네
광야는 강을 건넜고
에덴은 도망을 갔네
가벼운 짐짝 하나 되지 않으려
세상을 다 들이킨 몸무게
비워내는 마지막 내쉰 숨
두려우셨을까 아까우셨을까
황야를 내 지르던 기압
몰래 숨에 넘겨 주고
색 하나 빛 한톨 남기지 않는
우주가 조용히 이곳에 모였네
당신을 신으로 모시러
몸이 없다는 신을
해와 달 별들이 모두 옷을 벗어 던지고
새 별 맞으러 왔네
남은 자식 둘
거리가 너무 먼
두 손 모은 뜻 별처럼 멀어
한 숨이 떨었던 그 강을 헤아리기나
할까
바람이 일고 불이 살라지고
영혼이 저 골목 사이를 지나고 있네
여기 한 호흡이 진정 하늘로 살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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