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 실컷 세상 젖어줬으면
저녁나절 집중 호우를 마다치 않고
큰 우산 문태준 시인이랑 연필 하나
나 하나
우산 비 의자에 앉아
비 펼쳐 든 공원은 우산 들고 걷고
비닐 옷은 자전거를 사랑해 바퀴를
돌리며 갑니다
개망초 꽃대 비처럼 서서
하늘저쪽 검고 눅눅한 예보를
더 낮게 불러모으고
자기 살 길을 찾는 빗물이 골을 내어
성내천 한쪽을 이어가려 하는데
롯데 웰드몰 구름 속 신선 되어 123층 나비가 됩니다
공원 쪽을 바라보던 아파트
뒤 돌아보다 소금 기둥 갸우뚱
잠깐 빗줄 틈을 낸 고양이
어디로 가시는지
공원의 비를 마냥 마냥
검은 속치마 숲은 마지막 매미 허리를
쓸어내 유치각 유치각 쓰르르
밤으로 숨어가고
우산 큰 문태준 시인이랑 연필 하나 나 하나
불빛 몇 줄 페이지에 삽입하니
공원 의자 네 발이 엉덩이를 밀어내며
내 갈증 축일 목 이 자리 이제 떠나 주소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