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흔들릴 때가 좋아요

마음의행로 2022. 6. 26. 19:06

혼자서 잠수를 탔어요
큰 배는 선장 맘대로 큰 대자 놀음
바다는 흔들리는 미역을 좋아해요
뿌리가 있잖아요
현관문이 환히 열리네요
주변 나뭇잎에 생기가 돌아요
신발은 언제나 깊숙한 곳에 두지요
아내라는 이름 붙은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더 멋진 이름 부탁드릴게요
연락 주세요
또 문이 열립니다
주변을 살피네요 바닷물이 밀려오네요
늘 그녀의 발은 오른쪽에 놔두고 오죠
장녀가 가끔은 무겁다고 해요
모신다고 하니 활동 사진인지 상영 중인지 구별이 안 가요
마지막 문이 열립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옵니다
소리도 빛도 없어요
살금살금은 호화로운 표현이에요
모시옷 숨을 쉬나 봅니다
두째는 속으로 용감한가 봅니다
선장은 혼자
누굴 보고 흔들릴 때가 좋았었어요
갈대처럼 뿌리根가 튼튼했거든요
오늘은 흔들리다가 잠수만 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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