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시집
여자를 끌고 가는 강아지
손목 줄을 매어달고 꼴랑꼴랑 앞서 간다 소변보고 싶으면 전봇대가 재미있어한다
꼬리로 오후를 지우며 저녁으로 가고
목줄 같은 시달림에 그녀는 하루가 배 고프다
까치 주둥이를 잔디밭이 사정없이
쪼아댄다
저물어 가는 해가 찢기고 창자가 터지도록
아픈 쪽은 주둥이가 있다
느티나무가 공원 의자에 한 숨을 몰아 그림자처럼 눕는다
아픈 등과 알밴 종아리를 분리한다 침대가 서서히 바뀐다
깨알 같은 눈들이 나를 보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르르 정열을 하고 나를 사열한다
붓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제목을 써 놓고 주석을 살핀다
3 년은 지나야 짖는다는 개의 혀를
볼 수 있으려나
숲이 째재짹짹 소리 영역을 둥글게 펴면 바람을 나르던 새소리가 가지로 앉는 공원
땅이 석양을 낮게 내놓을 때
안개는 시집이 읽어 내려가다가
조아리는 한 아이의 귀에 말을 겨우 걸어 보는 한나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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