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누군가가 갔었던 길에서 길을 찾기로 한다
소식도 주지 않고 조용히 맘먹은 대로
어떤 식사를 위해 사전에 맘에 든 식당을 찾지 않았다
제법 맛있고 깔끔한 빛에 고마운 색 하나 입히고
그 갈피를 기억해 두기도 한다
그곳에 가려면 자동차도 비행기도 돛단배도 타도 되지만 그것들은 결국 돌아오는 길이기에
맨발로 걷기로 했지
가고 싶은 곳에는 아무도 찾지 않았을
길이 끝나는 곳이기를 바랐다
길이 끝나는 길은 없었고
절벽엔 밧줄을 타고 빌딩 청소부 아저씨가 있었다
애초에 길은 찾는 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너는 가는 길이 길이었다는 걸 안 뒤로,
너의 그림자 얼굴 그림 구두를 닦는 일 풀빵을 파는 아주머니 주머니 속에 있었다
주머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아껴 두다가 너의 말을 꺼내간 녀석도 있었지
말은 커갈수록 예뻤고 너는 커 갈수록 먼 곳으로 갔다
후회하는 바보가 없다지만 하게 되는데
너는 너에게 솔직하지 못한 게 흠이었다
초 1 때 가장 작은 너에게 물었을 때
너는 알고도 다른 답을 했다
그때부터 너는 너를 빼앗기고 살았지
사실 너는 없었기에
살면서 꼭 하고 싶은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비슷하게 잘 생긴 놈만 있었지
흰 밭에 골을 짓고 검은 씨앗을 뿌리면
꽃이 될 것 같았기에 두룩을 쌓는 중이야
사람은 약아서 쉽게 빠르게 가는 길을 택하려 하지만
늦더라도 천천히 바쁜 일 있겠는가
끝이 없는 게 인생인데
아궁이에 불씨 퍼져도 씨가 마르겠는가
바람 불고 비 오고 구를 걷히면 퍼즐처럼 들녘이 어우러 질 걸세
일 년 내내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사막에 오 년 만에
비가 오니 꽃마당이 되었다지 않는가
그 속에 작은 풀 씨 꽃 하나 되는게
우주가 되는 길
꽃동산 하나 있을 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