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허기 한 줌 쥐고서

마음의행로 2022. 4.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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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한 줌 쥐고서 파동을 냄새 맡고 찾아가는 거머리처럼 빈 마당을 나선다
강의 페달을 밟는 자전거가 풍경을 앞바퀴에 잔뜩 압축하고
종일 안고 다녀도 채워지지 않는 푸들의 꼬리에 달린 고민들
손을 잡고 다녀도 연결되지 않아 마뜩지 않은
저 두 젊은 영상은 뭘까
유모차는 아기의 배고픔일까 엄마의 산책 시간일까 핸드폰에 박혀버린 눈
운동기구에 매 달린 늙은 삭신들의 마른침
강물을 빨아들인 아파트의 훵한 갈증
오르고 싶은 하늘을 얼마만큼이나 끌어내린 어린아이의 그네 타기
손가락 다섯 개 체온을 기억하는 버려진
아기 장갑 한 짝
젊은 네 쌍의 잔디밭 미팅 눈빛들은 바닥 아래 살짝 짚어 주고 간 어느 어깨
강을 건너면 다시 강을 건너고 또 건너면 건너고 싶다고 강을 하루 네 번을 넘다가 데이트를 마친 밤의 간격은
어둠을 울어주는 강물은 얼마만큼 한 
시간을 부둥켜안고 잠식할 이 밤
허기 때문에 나온 길 더 큰 허기를 몰고 오니
강물에 수제비로 띄워 가리 앉힐 순 없는 걸까요 오후의 배를 채우고도 집에 가서 먹자 라며
챙기는 배의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배설의 공간을 메꿀 수 없는 메커니즘적 공허
보름달을 삼키는 농구대는 몇십 개의 달을 밀어 넣어야 뒤척이지 않는 밤 잠을 덮을까
허망한 눈총으로 깜박거리는 가로등 불빛
공허로 가면 공허 또 공허 공허 밖에 없는
당신의 공터엔 무얼 심으면 허기가 짜디 짜 질 수 있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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