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거꾸러 자전하는 금성

마음의행로 2022. 4. 16. 06:48










♡♡♡
밤의 시간이 줄을 지어 앞차 불빛을 마시고
어둠의 신비를 부풀리고자
나무 가지들
몸의 중심에 어둠을 가두려
검은 그림자를 몸에 바릅니다
밤으로 가는 숲은 새들의 울음을 삼켜 소리 없는 소리 동산을 품고서,
삼거리에 선 나는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망설이는데
건너면 새 세상 있을 것 같은 다리 건넌 길로
가서 호수를 빠져나가려 합니다
벌써 알 품은 탯줄 낳는 개구리 엉치뼈 소리와
주차장 차들 식당 간 주인을
기다리며 뛰지 않는 심장을 점검합니다
숲은 벌써 밤새울 작정인 듯 가지 사이사이에
불빛 촛대를 끼워 두고
느티나무는 연초록 빗방울을 튕겨 뿌리는데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은 우산이 없습니다
코로나도 손을 씻고 화장실은 불빛 마스크를
쓴 체 한쪽에 비켜 선 품새
바람의 방향을 볼 줄 알아 양지를 아는 개와 불빛 영혼을 감지하는 카메라의 인지성
빨간 십자가는 하늘 닿는 123층 바벨탑을 쳐다보며 뭘 생각하고 있을까
조각공원 초원을 달리는 야간 특급열차는 잔디밭 내장 속으로 잠행을 결심한 듯
담뱃불 지하를 파고들어 갑니다
잠그지 않는 자물쇠는 자기 없이도 사는 세상을 보여 주려나 입 벌린 하품을 하고
낮에 없던 밤 향기가
별 떨어진 꽃잎에 피워내려나
깊어질 밤을 예고하네요
튀는 라일락꽃과
별 하늘이 부서지는 서로 닮은 성운
떠돌고 다니는 초저녁 별 하나
가꾸로 자전하는 금성이려나 하며
올림픽 파크는 연초록 넓이로
신비한 그들의 밤을 형성해 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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