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
새벽이 되고서
귀뚜라미 한 마리가
뜨르뜨르 뜨르뜨르
핸드폰 가느다란 시 낭송 안에
고향 우물가 바람 잘날 없는 감나무 하나
여덟 개 항아리를 두고
뚜껑을 하나씩 열고 하나씩 열고
닦습니다
멀리 장가보낸 둘째부터 둘째부터
난 네 형보다 안쓰럽다
감나무를 한 바퀴 바람이
돌다 갑니다
항아리 속에 아직 남아 있는 달이
뜨르뜨르 뜨르뜨르
어느새 정안수 그릇이 제일 작은
뚜껑에 하얀 박꽃을 피웁니다
마지막까지 네가 살 날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나는 살아 있을 네다 네란다
아직
흙밭에 싹이 나지도 않는 봄에
귀뚜라미가 귀뚜라미가
핸드폰에서 목을 내밀어 봅니다
바람을 묶습니다 감나무 가지에
달이 지려 하면 달 밭에
들녘이 흰 수건을 쓰려하면
고무신 뒤꿈치를
우물물 두레박을 지키듯이
결코 귀뚜라미가 귀뚜라미가
가을 먼저 울지 않게
이른 봄을 둘째는 묶고 있습니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꾸러 자전하는 금성 (0) | 2022.04.16 |
---|---|
나무의 말 (0) | 2022.04.13 |
파동 (0) | 2022.04.10 |
쑥버무리(시작되지 않는 봄) (0) | 2022.04.07 |
이발을 해요 (0) | 2022.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