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수레바퀴

마음의행로 2021. 12. 6. 19:36

ㅡㅡㅡ
따뜻한 봄날 대나무 숲은 온화한 빛에 스렁거리고
심장은 고래 휘어진 등처럼 울렁였고
노트 위에 시는 몽블랑 만년필 끝을 물고 다녔다
가끔은 겨울 밤의 불꽃 축제와
하와이행 비행기가 생일 선물로 찾아왔다

대 보름의 시간이 하현달로 지워져 갔고
속 빈 창자가 꺾어진 목으로 튀어나온
벼랑 끝 언덕에 서면
후유
느린 오후 3시 수레바퀴에 묻은 지폐 두 장이 주먹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 앞에 나타났던 시커먼 공포와
세상과 떨어져 있는 고독은 종이 두 장 값의 무게 만큼이나 겨우 내려진 하루

새벽이 뒤져진 골목 끝 천정에 달린
별 하나
젖이 나오지 않고 느러진 젖에 매달린
손주에게 떼어줄 참새 용돈과
두부살 파먹을 배고픈 몇 끼의 맛
꺼진 도로를 끌고 가는 사각 블럭의 현기증
원시법 끌에 달린 좁아진 고갯길
마지막 쌀독 속 한 줌에 넣는 손의 실망스런 무게
빠져버린 친구들 그림자

걸어온 길
다시 걷지 않을 길을
오늘 밤 눕기 전 허기진 침대는
시의 세계로 안내하려나
뒤를 삭제하고 현재를 녹이는 그녀
삭풍에도 버틴 대나무로 서 있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늑대와 함께 춤을  (0) 2021.12.19
비단의 안쪽  (0) 2021.12.16
걸어오는 도시  (0) 2021.12.02
만추의 밤  (0) 2021.11.25
대접  (0) 202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