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대접

마음의행로 2021. 11. 23. 10:10

ㅡㅡㅡ
전화를 받는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무겁다
내일 저녁은 강남 SS 병원으로 가기로 약속 시간은 이미 채워진다
입구에는 천정에 닿을 만큼
훈장이 여럿 달린 장정 같은 화환이
복도 양편에 주욱 서 있다
맨 앞쪽 두세 개 화환을 읽는다
~회장,~대표이사..
상주와 가벼운 목례만 하도록 안내 팀은
사전 공지를 한다
당신은 한복을 곱게 입고
과거의 시간을 삭제하고 사각의 방 안에 걸려 있다
과거의 미래인 현재 당신은,
용인 모란 공원묘지라고 써 있어야 한다

붉으스럼하고 윤기 나고
기품 있어 보이는 피부색이 얼굴에 살아나 보인다
지금
화장기 없는 당신,
꽃 한 송이 보이지 않는
표식도 없는 들판에 홀로 구르고 있다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고마워요
입 입을 주셔서'
비가 내린다
긴 우산을 들고 당신에게로
가고 있는 나
이유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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