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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비를 맞고 걷고 있다
보고 있다
불빛과 빗방울 물든 나뭇잎
나란히 쓰는 우산
끼운 팔
서로 지금을 좋아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다
아름답다 한다
그들은 걷고 있다
과거를 걷고 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를 버리기에 아름답다
버림은 지나감이요 지나감은 과거로
감이다
그들은 걷는다
과거에서 나와서 지금을 걷는다
분명 저들은 과거들이다
그러나 저 아름다움은 지금 존재한다
바로 지나가는 과거 길을 걷는다
지금은 장날처럼 없다
바로 과거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는 부담이 없이 살아나오는 즐거움이다
아름다움이다
지금이란 '공' 이다
과거가 변하여 지금이 되어 온다
지금의 것은 과거에 있었던 존재의 변천이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한다
정지는 올 스탑이다 죽음이다
정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인 과거, 과거인 지금
미래는 다음에 언급하기로 하자
지금 우리는 낭만이기에
<홀길>
삭제한 어제의 길을 걸어갑니다
봄의 색으로 여름을 일으키던 날은
붉은 띠 가을 잎새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느린 하늘과 젖은 불빛
세찬 바람이 덜컥 우산을 거꾸로 세우고
어디선가 맨델스존의 낮은 음반이 돌고
모으는지 알리는지 모를
이름을 창밖에 외쳐 댑니다
불리우지 않는 상심이
벽에 부딫처 딩굽니다
가야할 길은 희미한 가로등 뿐
천둥이 하늘의 음성을 가를 때
누군가 그녀의 손을 잡습니다
가을 끝으로 가는 홀길엔
보이지 않는 새 별 하나
고독한 우산 속에 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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