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1박2일

마음의행로 2017. 5. 2. 10:34

 

거실이 넓어졌다

환해졌다

오래된 장롱을 치워버린 느낌이다

이런 말 해서는 안되는데

정말 한갓지고 좋다

아내가 거실에서 내 놓은 아침 첫 말이다

딸 둘이서 1박2일 놀러를 갔다

그러니 집안 공기가 싹 바뀌었다

하늘이 열리더니 작은 종소리가 났다

'좋은 아침' '상쾌한 아침'

가슴에 채증도 사라졌다

머리에 무거운 짐도 없어졌다

홀가분한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

이 가벼움 어디서 찾을 수 있으랴

가끔은 우리 부부도 사라져 준다

그네들도 ㅇㅁ ㅇㅃ 안계시면

두 팔 펴고 두러 누워서 디딩굴지도 모른다

상사가 출장가면 왜 그리도 편하고 좋은지

그 날은 무조건 다른 부서 사람과 점심 저녁을 잡는다

매달 돈 조금 내 놓으면서 큰 무슨 일이나 한 것 처럼

의기가 양양한 딸이다

그런 그들이 오늘 아침에 없으니

이 얼마마한 행복인지.....

오래 진행되었면 너무 좋겠다

밥 상도 간편해지고 설겆이 할 것도 없다 시피했다

아침 마다 갈아 주는 쥬스도 안하기로 하고

둘이서 사과 반쪽으로 쥬스를 대신 떼웠다

토마토 당근 호박 바나나 고구마 밤 붉은양배추에

발효액을 넣어 갈아 주는 쥬스다

살림이 간단해졌다

오늘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우리 옆을 떠나주는게 효도임을 아직도 모르는 그들

아마도 우리 가고 나면 조금은 느낄 것이다

일상을 지켜 준다는게 쉽지 않다는 걸

사실 그네들의 인생은 절반은 실패라고 우리 부부는

늘 말해왔다

남에게 기대는 삶은 사실 삶이 아니다

무슨 밤 알도 아니고

부모 나무에 붙어서 살 셈을 하다니

못 미치는 생각에 답답해 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만 보낼걸

손자들 보고 재미 있을 줄만 알았지

달라 붙어 엉길 줄은 꿈에도 생각 아니했다

아! 이 밝은 아침이여

편안하고 가볍고 이 텅빈 즐거움이여 !!!

나래를 펴고 달아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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