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당신이 잠든 사이

마음의행로 2017. 8. 9. 07:58

은보라빛&왕귀뜨라미

 

가을 쓰라미는 이렇게 왔다

37도가 넘는 무더위 연속

사람들은 지치고 탈진한 상태

여름을 포기하고 질려버린 속내

산하는 축 늘어지고 매미만 떼 아우성을 칠 때

부채살은 어림도 없고

손바닥만한 휴대용 선풍기가 인기리 돌아다니고

신형 에어콘이 집안의 열기를 식힐 때

어느날 구형이 내려진다

오늘부터는 가을입니다

입추는 무슨 입추

끝날것 같지 않는 맹위의 더위

숨막히는 열기

아무도 믿어지지 않는 가을이란다

별은 하늘을 빙빙 돌고

산은 하품섞인 느러진 기지개를 켜고

바다는 회리바람 강풍 폭풍 태풍을 때리우고

그럼에도

실바람은 바위틈을 돌아

작은 시냇가를 떠다니다가

담장 밑에 새우잠으로 지세우더니

새벽이 되어 쓰라미 소리로 왔다

쓰르쓰르 쓸 쓸 쓰르쓰르 쓸 쓸

당신이 잠든 사이

가을 선고가 떨어졌다

저 소리야 바로 그 소리

가을을 시작하는 소리, 알리는 소리

번개 천둥도 깨지 못할 그 틈을

인간도 알지못해 365 자로 재고

날을 쬬개 생일 날 정하나

우주 운행의 이치를 언제 밝혔으랴

태양을 몇 번이나 보았으랴

어두운 담장 밑에서도 천지의 기운을 알아내었다

그는 온 몸을 떨어 새벽녁에

입추를 선언하고 나왔다

쓰뜨르으르 쓰뜨르으르

진정한 가을을 알리는 소리다

그의 떨림의 언어는

미련한 인간이 가을 이야기를 시작케 하는

첫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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