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인연

마음의행로 2017. 9. 16. 20:19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이다

남자들끼리 여행도 이젠 익숙해졌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에는 순간을 잡고 싶은

카메라로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꼭 한 두컷은 의외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나의 전설을 믿고 떠난다

삶의 현장이든 아름다운 경치이건

또 뜻하지 않는 분의 기억에 남는 이야기나

사연들을 듣기도 한다

여행은 그래서 들뜨게 하는가 보다

사이 사이를 메꾸어 주는 식사는

그 지방의 특산물 맛을 보는 재미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도 한다

부안 채석강과 그 주변, 맛있는 젖갈로 유명한

곰소 그리고 내소사로 해서

직소 폭포로 스케줄을 잡았다

뒤에는 산 그 앞에 작은 들판 그 넘어로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있는 숙소에서

하루 밤을 보내었다

곰소에서 저녁 식사를 회와 함께 맥주 한 잔이

곁들어졌다

식사 바로 전 곰소항은 단풍처럼 물들어 간다

전혀 모르는 곳에 와서 무작정 손바닥만한

항구 끝으로 달렸다

거기에는 4 명의 진사님들이 태양쪽으로

거총 자세로 렌즈를 겨누고 있었다

제법 저녁 놀 답게 석양을 붉히고 있었다

모두 맥주잔을 핸드폰 불빛 위에 올렸다

디지탈과 아나로그의 만남

맥주잔 8개가 각기 조금씩 다른 아름다운 색을 발해

바닷가 밤은 노리 밝은 불빛 꽃을 피었다

숙소에 이르는 길에는

찌르르 댸는 풀 벌레소리가 얼마나 울어대는지

청량한 소리가 귀를 맑게 해주고 있어

벌써 초등학교 시절 가을 문턱으로 우리는 돌아갔다

사실 풀 벌레라고 하지만 아니라면 놀랜다

두 발로 쿵하고 발을 디디면 근처가 순간

땅 울림에 의해 조용해지다 다시 요란하게

울어댄다 땅강아지 소리들인 것이다

소리에 색갈이 있다면 맑은 녹.청색이 아닐까

가위 바위 보 진 사람이 포도주 잔을 들수 있는

권한이 주어 진다 축하의 노래를 받으며

잔의 술이 목으로 넘어간다

한마디 이야기로, 노래로, 춤으로 자신을 축하한다

남자 노친네들이 어찌 저리 잘도 놀으실까

다음날 아침 옆 방 여자분들께 인사를 받았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모처럼 친구들과 오다보니 목구멍에 깔데기기

들어 있더라고요 ㅎㅎ

직소는 차에서 내려 2.4km 를 가서 만났다

마침 우리나라로 다가오는 태풍 영향으로

산 바람은 선들거려 등산길이 가벼웠다

전설 속에서 나오는 폭포는 300 여m 앞에서

그녀의 묶어 놓은 힌 머리를 길게 내리 놓고

있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니 더 가까운 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아무 생각없이 종일을 여자의 뒷 머리만

보고 있어도 좋을성 싶었다

먼저 와 계신 여자 분이 양말을 벗고 맨 발로

햇살을 즐기고 계신다

이런 곳에 홀로 와서 앉아 계신 폼에는 사연이

들어 있음에 틀림없었다

아마도 어디가 아프신 몸으로 보였다

종일토록 아니죠 평생토록 수고한 발은 그렇게

쉴 자격이 있지요

조용히 고개를 숙이시고 생각 안에 들어가 보인다

재미나게 사진을 찍는 우리에게 가느다란 관심이

보인다

사진 한 장 찍어 드릴까요

가만히 계신다 괜찮으시겠어요

자세를 가다듬고 고개를 펴고 카메라를 향한다

카메라도 여성 사진을 찍을 때는 걱정을 한다

메일이나 전화번호를 나에게 알려 주실까

실수 없도록 그는 눈을 두 번 껌벅였다

샬칵 샬칵

사진을 받으시고 싶으시다면 죄송합니다만

전화나 이메일 번호를 주시겠어요

망설이신다 자세를 잡으시길래 응하실 줄

알았는데

결국 포기하고 마신다

그래 알려 주는 일이 쉽지는 않을꺼야

여자 분이시잖아

어쩌면 이 작은 연이 어떻게 풀릴지 예상하기

어렵기에 선택은 흔들렸으리라

잘 쉬시고 오세요 인사를 남기고 언덕을 오른다

내려다 보니 그 분도 위쪽으로 고개가 돌려 있다

용기를 내었다 저 나쁜 사람 아니예요

연락처 지금이라도 주시면 사진만 보내드릴께요

주차장 앞에서 그 여자 분을 다시 만났다

조그맣고 예쁜 차로 여행을 다니시는걸 보니

어렵지만은 않으시겠구나 싶어 마음이 편해졌다

어디서 오셨어요

예 서울에서 친구들과 여행차 내려 왔습니다

조심해 올라가세요

좋은 여행 되세요 밝은 모습이시다

사진을 찍고도 보내주지 못하던 나에게

현장을 지켜 보았던 카메라가 말한다

잘 하셨어요

연이란

바다에서 한 마리 물고기를 낚는 만큼인이나 한

만남 아니겠어요

맺지 않는 인연도 인연이잖아요

아름다운 인연 말이예요

이 번 여행에는

300 여 장의 사진 중에 몇 장의 사진이

인연이 되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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