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어머님이 계시지 않는 집

마음의행로 2017. 10. 6. 05:24

 

선배님 저와 같이 가시죠

방향이 좀 다르잖아서 돌아게 될터인데

도는 것은 자동차 입니다

그 후배는 불심이 깊은 사람이었지요

오후 늦게 서울을 출발을 하여

밤 10시경에 도착한 시골 집

형님 오늘 어머님 집에 계시겠죠 전화가 안돼서요

응 올라오시겠단 말씀 없으셨다네

어머님한테 들리려고?

예 곧 퇴직하게 되니 가 보고 뵙고 싶네요

시골이지만 내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기가 들어온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마을이다

선배님 마을이 전국 10대 마을에 든다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

차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

가로등 불빛을 밟으며 옛 생각에 끼여

걸음마다 사뿐거렸다

시골은 한 밤중이라

낯선 발지욱 소리, 떼 묻은 도시 내음으로

개들이 컹컹 거린다

도둑놈은 아닌것 같고 뭐하던 놈이 이 밤에 끼어드는거야

크리스마스 교회 노래 연습으로 지휘를 맡았던

초2학년 학생 연습이 끝나고 나니

새로 사준 검정고무신

누군가가 훔쳐가 망막했던 가슴

형등에 엎혀 집으로 돌아가던 눈싸인 당산나무

사잇길을 돌아

옛 시골 공기 크게 들이키며 탱자나무 집 골목지나

대밭 나무 깊은 길

그 옛날 초가 지붕 둥그렇던 모습 없어지고

그 자리에 기와집으로 2층 벽돌 집들

종호집 효순네 집 미국으로 이민간 영자네 집

깜북이 까먹다 들켜 혼난 군자네 할어버지 집

유명회사에 취직됐다고 묻지도 않고 신원 보증서

써 준 동창 형순네 집

밤이면 화투짝 만지고 모여 놀던 순님이 집

고모 슬하에서 자라 시집가던 날 밤

비둘기가 울던 그밤에 어머님을 이별을 하고

어어린몸 갈곳 없어 낯선거리 헤매이네

노래 불러 동네 마을 어르신들 눈물바다 이뤘던

미순 누나 집을 지나

담벼락 사이를 두고 동창이 되어 제일 친했던

재학이 집을 끝으로 하고

군대 갔다가 첫 휴가 때 들어 가던 심정과

퇴직이라는 벽이 가까와진 두 개의 마음으로

찿아 들어간 불꺼진 시골 집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

주무셔도 깨어 나실텐데

다시 어머니이이

방문이 잠겼있다

계실거라 했는데

마을 회관으로 갔다 반찬 한 가지씩 들고 나와

밥 만하면 여러 종류 찬으로 친구분들과 식사를 하시는 곳

거기도 불이 꺼져 있다

혹 주무시나 하고 문을 두들기고 어머니 계세요

역시 조용하다

마을 개들만 시끄러워졌다 웡웡웡웡

집으로 다시 무거워진 발걸음을 돌렸다

어머니 어머니

갑자기 찬 바람이 흭 지나갔다

컴컴한 집 기둥이 흔들렸다

헛간 창고 집 지붕도 떨렸다

대나무 잎들이 모두 일어선다

써가래가 주저 앉을 자세다

거미줄이 처마 사이에 줄줄하다

쥐들이 왔다갔다 시끄럽다

장독 뚜겅이 들썩인다

온 몸에 한기가 돌았다

으윽

나도 모르게 뒷 걸음으로 집을 빠져 나왔다

뒷 동산 소나무들이 장승처럼 시커멓게 서 있다

마침내 집은 허물어지고 말았다

계시지 않음이 송장보다 더 무서움이었다

음악이 나온다

숙희냐?

아! 오빠 왠 일예요

어머님 집에 계시지?

어머님 저예요

뭔일이다냐 어서 오너라

내 아들

부석거리는 소리가 마구 귀를 떼린다

바람도 불지 않는다

어머님 목소리는 무너진 시골집을 다시 일으켜 세윘다

차는 어머님에게로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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