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두 개의 파일

마음의행로 2017. 4. 12. 06:34

 

삶의 기록이 바로 추억이 아닐까

아주 사소한 일이나, 보고 듣고 하면서 생기는

어떤 감정에 이르기까지 남아 있어서

그걸 생각하면 즐겁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서 이리했었더라면

오늘 나는 어찌 되었을까 등

수많은 과거의 상념에 들어 가기도 합니다

이게 모아진게 내 이력서 이자 내 인생이 되었구나

하는걸 느끼게 되지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이벤트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요

아이들에게 어떤 추억을 남겨 줄까 하여

여행도 시켜주고 뭘 사준다거나 기회 부여를

하여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억이란 인위적이든 나도 모르게 생기거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것이거나

그곳에는 여러 감정이 묻어 있습니다

어느날 한가한 시간에 책 갈피 하나 하나를

열어가면서 그리움을 찾아 나서기도 하지요

인생이 그래서 뜻을 가지고 살고 의미를 부여하고

사실 실체보다는 더 큰 가치로 승화시키려고 노력

하게 되는가 봅니다

양육되어지는 기간, 성장하는 기간, 직장 생활하는 기간,

퇴직하는 기간, 그리고 새로운 삶을 추구하고 찾아가는

남아 있을 수 있는 기간 등 여러 구분이 있을 수있겠지요

직업에 따라 직종에 따라 삶의 방식에 따라

다 달라질 수 있는 시간과 거기에 쌓여진 추억들의 갯수는

아마도 이 세상 별의 갯수와 맞먹게 설계되어져 있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에 까지 미치게 합니다

가끔 사진을 정리하거나 파일을 지우고 간결하게

하는 작업을 하지요

이걸 지워버리면 영영 잊혀질까 하여

지우기를 망설이는 나를 볼 때도 있게 됩니다

추억이란 지우게로 글을 지우는 것처럼 지우는게

쉽지를 않습니다

컴퓨터 세상에서 보면

내 개인 PC에 저장한 파일은 내가 스스로 작성하고

관리하게 됩니다 바꾸기도 하고 지우기도 하고

새로 만들기도 하지요

더 큰 서버에는 알게 모르게 똑 같은 내용을 동시에

저장 하기도 합니다

이때에는 내게 있는 것만 지운다 해서 다 사라지는건

아니지요

서버에 남겨져 있으니까요

그 곳은 내가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지울 수 있는 권한이나 방법이 없게

됩니다

쓰고 달고 시고 맵고 짜고 뜨겁고 차겁고한 추억들은

모두가 지나간 일들이요 생각들이요 경험들 입니다

퇴직 전까지의 추억은 다음 살아 있는 동안에

돌아볼 기회가 있는 축복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후의 삶속에서 추억을 남기겠다고

남겨서 돌아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자신의 글이나 작품을 남길 순 있겠지만

추억을 남기고 넘겨 본다는 여유를 가진다는 건

어렵게 되어 지지요

그래서 대체로 이 기간을 순간 순간 현재를

즐겁게 하려고 하는 모양 입니다

퇴직 전에도 이랬어야 하였던건 아니었을까

지금이라도 그리 하리라

지금은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은 없는듯 합니다

그래 남기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결정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따르기가 쉽습니다

과거에 메이지 말고 미래를 위해 남기지 말고

지금을 즐기려고 하지요

시간과 물질을, 남은 정열과 추구함을 어딘가에

남김 없이 지금 쏟으려 합니다

추억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나의 생각을 작게 막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합니다

앞의 세상은 추억이 남고 지금 세상은 남지

않는 것일까

깊은 념에 잠겨 보지요

아무도 상관치 않는 독방 감옥에서 겪는 고독처럼

나 밖에 아무 것도 없이 정적만이 남는 곳에서 처럼

나를 옆에서 가만히 봅니다

그래서 남기지 말고 정리하고 마감을 하여

생을 마치려 하려지 않나,

드려다 봅니다

우리네 인생은 두개의 파일이 있습니다

그 두 파일은 똑 같은 내용 입니다

하나는 내 PC에 들어 있고

또 하나는 여러대의 PC를 관리하는 서버에 들어 있습니다

그 서버에 들어가 있는 파일 관리자는

바로 신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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