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피아니스트와 소프라노

마음의행로 2017. 3. 29. 10:56

 

낚시줄이 하늘로 곡선을 그리며 오를 때

소프라노의 높은 음이 낮은 곳에서부터 줄을 따라

높은 곳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절정을 향해 오릅니다

물방울이 낚시줄에 구슬처럼 달려 올라가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줄과 함께 떨어질 때

소프라노의 그 가느다란 목소리가 끊어질듯 이어지며

가늘게 떨며 포물선을 따라 떨어집니다

마지막 낚시줄과 물방울이 함께 호수에 떨어질 때

호수 위에서 노는

피아노가 콰광 높은 음에서부터 낮은 음으로

물방울 굴러가는 소리로 내려 가다가

마지막 가장 낮은 음에서 물방울을 쏱아 버리고

제일 낮은 건반의 구그응 하는 소리로

장을 마칩니다

사실 소프라노를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 높은 음이 가늘게 정제되어 떨릴 때

만큼은 저도 절제하기 어려운 감정에 싸입니다

가장 높은 음에서 파르르 가늘고 가늘게 떨리며

내려몰 때에

아마 가슴 가슴 마다의 호수가 그렇게

떨리었을거라 생각을 했지요

그때는 피아노도 멈추었고

모든이의 심장도 잠시 멈추었을 겁니다

힘이 저려 긴장의 벽을 지나니

모두 박수를 보내고 있었죠

그녀의 노래는 아마도 자신의 기도였으리라

피아니스트와 소프라노의 한 장면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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