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김장 이야기

마음의행로 2016. 12. 10. 07:13

 

금년 가을은 여름이 길다 보니

짧아졌다

계절의 길이는 제로썸 아니겠는가

새우젖 고추가루 마늘 생강 표고버섯 멸치 다시마

밴뎅이 매실발효액 홍시 파 여수돌갓 양파 배

명태 멸치액젓 찹쌀죽 굴 해남배추 무 당근 고구마

천연소금 통깨 꼴뚜기.....

이런 재료들에게는 무수한 비밀이 들어 있다

채취 시기 지역 량 맛의 종류 색갈 보관 방법

먹는 싯점 향 냄새 등에 따라 재료를 사고

보관하고 하여 동시에 사용할 때 비비고 섞고

반죽하는 방법이 오늘할 일 내일할 일 당일할 일

빠진것 없나?

있을것 같은데

돼지 고기 삶아서 보쌈해 먹어야지...

한 해 농사 잘 지으려고 질 좋은 재료만

골라서 샀다

뭐니 뭐니해도 김치가 값이 제일 싸게 먹힌다

일 년 내내 먹어도 질리지도 않고,

배추 파시는 분이 그러신다

올 배추는 속이 덜차서 조금 더 담아야

작년과 비슷해질거라고

그래서 35 통을 샀다

가을이 짧으니 계속 겉대만 자라고

속이 덜찬게지 속없다는 이야기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ㅎㅎ

더 사서 담길 잘했다

3일에 걸쳐 마무리 지으니

동네 사람들 왠 성격이 그리도 느긋하냐고

징그럽기까지 하다고 저리 가란다

얼마는 큰 올케 작은 올케한테 보내고

얼마는 먼저 시집간 막내 딸에게 줄 몫이고

우리야 뭐 나이 좀 있으니

좀만 있으면 되지 않겠어

추가로 무 싱건지도 만들었으니

전에 겨울 준비할 때

연탄 800 장 떼어 놓고 쓸 때처럼

살림이 넉넉하니 부자같은 기분이다

무가 작년보다 몇 배가 올랐다

한 단에 이만 원에 샀다

무장사 무 농사지으신 분들

돈 벌었겠다 싶지만

시절은 맘대로 되지 않는다

농사가 너도 나도 그리 잘되지 않았단다

겉저리를 하는데 남은 양념에

굴을 양껏 넣어서 만드니 맛이 너무 좋다

우선 먼저 먹을거라서 굴을 넣은 것이다

쉬이 익으니까

사위가 매운 걸 좋아해서 고추가루 일부는

청먕 고추가루를 섞었다

매콤하게

아마도 올 김치도 잘 먹지 않을까?

기분 보태어 본다

요즘 장모님 묵은 김치가 왜 이리 맛있지?

딸래미가 전해 주는 이야기이다

얘야

넌 왜 시어머니 김치가 맛있다고

말을 않해서 다른 시집간 딸들 처럼

시어머니 김치를 얻어 먹지도 못하고 사니?

그러면서 친정 어머니만 부려 먹고?

사위를 조금만 닮아도 네 엄마

고생 덜시킬텐데 속으로 하는 말이다 ㅎㅎ

김치 냉장고도 하나 더 샀더니

넉넉하고 좋다

다른 반찬 가지 수가 많이 늘어나도

여유가 생기니 염려가 없어졌고

봄에 나는 딸기를 몽땅 얼려 놓았고

이 번엔 제주 귤을 많이 얼릴 참이다

일 년 매일 만들어 마시는 쥬스의 일부가

되는 품목이다

양념 재료 사고 준비하는데는

마을 친구들의 이바구가 제일이다

뭐는 어디서 나는게 좋고

뭐는 얼마만큼이 좋고 뭐는 교회에서

파는게 좋고 뭐는 양주 트럭가게

하시는 분 것이 좋고

김장 한 번 하는데는

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정보 품앗이

또 정들이 다같이 버무려져야

정말 맛있는 김장이 되어 나온다

엪에서 보고 듣고 거들고 마지막

그릇들 씻고 정리하는 것은

바로 내 몫이다

여보 올 해는 설탕 네 숟갈 넣는것 빠졌잖아

아하

그래서 대봉 홍시 열 다섯개를 넣었어

새로 산 김치 냉장고가 눈을 번적 거리며

가득히 채운 배를 두둘기며

잘도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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