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내 마음 줄 수 있는 곳

마음의행로 2016. 12. 5. 13:32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조력자를 떠 올리게 마련이죠

이 친구 저 친구

둘러보고 찾아보아도 마땅한 누굴

찾아내기가 쉽잖습니다

부족힌 내 모습 처량한 자태만 보일 뿐

진정 내 속으로 그를 끓여 들이지

못하고 마는....

작았던 내 생각

한 쪽으로 늘 비켜서 서 있었던 나

아니면

잘라보이는, 똑똑해 보이는, 있어 보이게 했던 나

어느날 집을 떠나 조용히 나가 본다

어디로 갈까?

도시를 돌아다녀도 친구를 불러 내어도

홀로 하는 게임을, 운동을 한다 하여도

마음 썩 들지 않는다

발길은 어느새 산길로 접어들고 있다

시원한 공기,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같은 숲

계곡의 물 소리, 이따금 들리는 무명의 산새 울음

묵묵한 바위, 좁게 구불거려 보이다 사라지고

다시 가면히 보여 주며 나타나는 산길

머리 정수리에서부터 오장육부 발끝에 이르기까지

느껴지는 새롭고 신선하고 맑은 산속 풍경

몸은 가버워지고

가슴이 열리고

한 가닥 한 가닥

이리 접고 저리 접어 정리되는 생각들

어느덧

아아!

산사 입구

고개를 들고 숨을 들여 마시고

숙연하게 들어서는 곳

이 경내 자 경내 돌아보고

이 색 저 색 사찰에 어울러진 나무들과 풀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아무도 간섭하지않아도

말하는 이 없어도

스스로 먹먹해지다가 가다듬어 지고

그러다가 조용히 나를 만나는 나

눈이 맑게 떠지고 귀가 가만히 열리고

머리 속이 다 날아가고 남은

빈 공간

내게 들어 온 것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어도

가볍게 내 몸안에 들어 온 기운

바람이 구름을 보내듯

아침 안개가 벗어나듯

잡념 사라지고

들어선

내 속에 그 무엇은?

이리 찾고 저리 알아보아도

갈곳 줄곳 없었던 마음이

자리 잡은 곳

세상이 나를 받아 주지 않아도

이해해 주지 않아도

주며 속삭이지 않아도

항상 나를 받아 내고 상처를 씻어주고

위로해 주고

얽혀진 생각 날리어 주고

하루 이틀, 주, 달, 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 사철

변함없이 돌아 가는

우주의 순환 속에

싹으르 자라 주변에 고마워하고

서로 부딪히면 절제 하고

꼭 주고 받고 성장하는 숲들

남의 탓 경계를 넘나들어

너와 나를 같다고 하고

묶어 두지않고 매어 두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너희들

그 앞에서 서 있는 나

그래

우린 네 앞에서 언제나

평안 했어

고요해졌어 잠잠해졌지

널 위해 해 준것 하나 없지

네 고통 알아준적 없지

한 자리에 앉아 늘 나를

기다려 주는 너

변함없는듯 하면서도 너는

사철에 맞추어

시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낮에는 해

밤에는 달과 별들에게

두 손 활짝 벌려 맞아주고

그들의 속삭이는 이야기를

귀 기우려 하며

행복해 하고

하늘 친구들과 하나되어

밤을 밤새도록 노래하며

새벽 잎새 이슬로 맞아주는 너희들

그래 그동안

너를 사랑하고 있음도 잘 몰랐지

나의 잡념 비워주고 지워주고

나를 살려 세워 주는 너희

이 세상에

가득한 너희들

사람에게 마음 주지 못하지만

오직

너에겐

내 마음을 줄 수 있는 곳

대 자연이여!!

언젠가 내가 묻힐 곳

네가 있음에 내가 있음이여

널 사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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