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살려 주세요

마음의행로 2016. 9. 29. 15:08

 

새벽 다섯 시가 되면 고요했던 아파트가 눈을 뜬다

아직 등불은 켜진 상태이고

일찍 일어난 802호 만이 불이 켜져 있다

청소 차량이 언제나 이 시간이면 우리 아파트에

도착하여 쓰레기를 싣고 나간다

오라이 오라이 차량이 방향과 거리를 맞춘다

쓰레기 봉투를 들어 올려 놓으면

시스템이 좋아 쓰레기를 압축하여

차량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잠간 사이에 차량은 아파트를 빠져나가고

다시 조용하다

전 같으면 고양이가 와서 야옹 야옹 하며

돌아다닐 시간이다

작년에 낳은 새끼 고양이와 가족을 이루고

아파트 주변에서 살아 왔다

쓰레기 종량제 이후 고양이들이 싹 없어졌다

먹거리 통이 되었던 음식물 통이 사라진 이후이다

6시 경이 되면 경비원 아저씨께서 등불을

끄러 다닌다

등불 밑에 있는 올해 늦게 핀 맥문동이

지금 보라빛 색갈을 찬연히 자신있게 나타 내고 있다

제작년에 심은 것들이라서

작년에는 꽃이 조금 피었고 올해는 모두 다

피었는데 그래도 실하지는 못하게 가늘게 피었다

7시 경이되니 아파트는 깨어나기 시작한다

강남이라서 그런지 좀 늦은 시간에 출근을 하여도

지장이 없는 아파트 위치 덕을 보고 있다

한 30 분 지나자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다

고구마 장사가 소리지르며 지나간다

한 상자에 만원 만원 엄청나게 싸고 맛있는

호박 고구마가 한 상자에 만원 만원입니다

사실 말이 한 상자이지 고구마 몇 개 밖에

들어 있지 않는다

요즘 고구마 값이 얼마나 좋은데....

고구마 장수 아저씨가 지나가고

이 번엔 갈치 장사이다

왔어요 왔습니다

여수 먹갈치가 왔어요

먹갈치 한 상자에 만원 만원 입니다

여수 먹갈치가 한 상자에 만원입니다

싱싱하고 맛있는 여수 먹갈치 먹갈치가 만 원 입니다

아파트 주변이 떠들썩하다

녹음된 목소리라서 계속 반복해서 같은 톤으로

같은 순서와 내용으로 퍼져 나오고 있다

조금은 다급한 목소리라서 곧 떠나 갈것 같은

다급함이 들어 있다

그래야 가기전에 사려고 서두르게 한다

아주머니 두 분이 나와서 크기를 가늠한다

맛 있습니다 여수 먹갈치 입니다

한 상자라야 4 마리이다 아주 작지는 않지만

작은 편에 속한다

한참을 아파트를 흔들어 놓고 나니

늦잠자도 괜찮은 집은 신경이 쓰일만 했다

TV를 보던 아내와 나는 똑 같은 생각을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이야기 하기 시작하자

아내가.이야기를 나와 동시에 한다

저 소리가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먹갈치예요 살려 주세요 먹갈치예요 살려 주세요

라고 하는듯 들렸다

서로 같은 생각에 우리는 웃으면서 TV를 보고 있다

삶의 현장을 들여다 보면 처절하다

아들 딸 가진 가장 일진데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다고 생각하니

먹먹하기도 하고 자신있게 살아가는 소리에서

삶이 뭔지들

하고 고생스러움에 대한 보상이 그들에게

있었으면 하는 짠한 생각이 든다

그래 많이 파시고 이익 남겨 좋은 모습으로

집에 갈 때 맛 있는것 사가지고 들어가세요

갈치 사세요 여수 먹갈치요

소리가 아파트 골목을 돌아서 점점 멀어져 나간다

잘 가세요 많이 파세요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 이른 아침을 팔고

다니는 장사하시는 분들의 생활이

어딘지 가난하고 서글피 들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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