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어떤 외출

마음의행로 2016. 8. 1. 20:16

 

그곳을 가려면 집에서 걸어서 10분 가면

지하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승강기가

기다린다

노인과 어린이 임신부들이 타고 다니는 승강기로

버턴을 누른 후 들어가서 한참만에 문이 닫힌다

1m 2m 3m ..... 15m

세고 나면 지하층에 도착한다

느리고 느리게 문이 열린다

20여 미터를 걸어 가면 지하철 출입기가 나온다

65세 이상이 탈 수 있는 카드를

내 밀면

소리가 삐삐 두 번 울린다

나는 이걸 아내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공짜' 라고 두 번 삐삐 한다고 했더니

참 우스운 생각을 한다고 한다

삐삐 삐 삐삐 삐삐 삐삐 공짜가 넷 돈 내는 사람 하나가

통과 되었다

나는 출구가 늘 반갑다

어디로 빠져 나가는 곳은 항상 즐겁다

어디론가 갈 수 있는 출구가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두 정거장 뒤에서 출발한다고

화면 그림에 그려져 있다

저 그림이 움직이면 약 4 분 후에 이 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건 지하철의 약속이자 나의 신뢰이다

언제나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지켜 주었다

드디어 도착한다

조용히 그리고 즈르르 밀려 정거장 끝 부분에서

멈춘다

평생 갇혀사는 그가 잠간 숨 쉬는 시간이다

그는 2분에 한 번씩 숨을 쉴 수 있다

북극 곰이 바다 사자를 사냥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바다 사자는 숨을 한 번 들이 쉬고 한참을 물속에서

헤엄치고 다닌다

숨이 다할 무렵에 얼음 구멍으로 올라와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쉰다

이 때를 북극 곰은 기다렸다가

그의 잎을 벌여 바다 사자를 한 입에 물어

뜯는다

얼음 구멍은

한쪽은 숨을 쉬기 위한 탈출구요

다른 하나는 그 구멍이 밥상쯤으로 생각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게임은 정당하여야

하는데 이런 윈수같은 일이 한 구멍에서

동시에 이루어 지다니

영리한 지하철은 많은 짐승을 태우고

자기가 가는 곳과 멈추는 곳을 계속하여

알려 주고 있다

그래도 슬기로우신 한 할머님이 옆 사람에게

확인차 묻는다

서초역에서 내리려면 언제 내리면 좋아요?

방금 전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를 다시 묻는다

할머님 다음에서 내리면 됩니다

준비하세요

아예 꼿꼿한 허리를 가지신 할머님은 기다린다

이 번은 서울대 서울대 입구역 입니다

감옥 같은 지하를 나는 벗어나기 위해서

1 번 출구쪽으로 나간다

출구 나가기 전 기둥 근처에 약속한 사람들이

만나는 곳으로 나이드신 할머님 할아버님들께서

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보며 친구를 찾는다

도로변 1층은 음식점 건강식품 옷가게 복덕방

이발소 편의점 구두가게 횟집 화장품 가게

미장원 철물점 빵집 고기집 간판으로

온통 싸여 그 긴 골목을 빠져 나가야 한다

막바지에 이르러 우린 결국 그들이 놓은 덪에

걸리듯 오리고기 전문집으로 딸려 들어간다

우린 낚였다 지금 부터는 그들이 내 놓은

먹거리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지렁이를 아니면 떡밥을 아니면 새우 중

하나를 선택하듯

오리백숙 오리불고기 오리탕 중에서

하나를 주문 받는다

뻔히 알면서도 우린 낚이려 들어가 곳이니

좋아도 싫어도 설령 잡힌다고 해도

하나를 골랐다

오리 백숙 둘은 나이 칠십 년을 살아온 크나큰

할애비 여섯을 동시에 낚는다

운수 좋은 날이 될 것이다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을 추가로 시켰다

잡히더라도 한 잔 먹고 잡혀야 억울하지 않지

맨입에 걸리면 바보라고....

그 집 주인은 가만히 앉아서 있어도 고기가

와서 무는 좋은 곳에 터를 잡았다

옛날 같으면 이 동네는 서울에서 빠지는 동네였다

서울대 덕으로 역전이 되었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재미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주인은 수입이 좋다

할아버지 여섯에 추가로 소주 하나 맥주 하나를 낚았으니

수지 타산이 맞을 것이다

엄나무가 들어간 오리를 먹고 나오니

밖은 어두어진지 오래되어 거리가

온통 빈짝거린다

벽을 모두 불빛으로 막아 놓은게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애굽을 떠날 때 뒤에는 애굽 군사들이

말과 수레를 타고 이스라엘을 쫒고

앞에는 홍해가 가로 막혛을 때

홍해가 갈라지듯 우린 오리 집에서 나와서

양편 불벽 (간판)으로 갈라진 사이를 지난다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 백성이 살아갈 수 있는 출구를

돌아갈 수 없고 불벽을 뚫을 수도 없다

이대로 있으면 여기서 죽음일지도 모른다

한참을 걸어가니

빨갛고 노랗고 파란 동그란 불빛이 보인다

동시에 외친다 저기다 저기에 있다

걸음이 빨라진다

이곳을 벗어나서 젖과 꿀이 흐르는 곳

젊어서 그토록 애써 배워서 익힌 것

점심에 짜장면 시켜 놓고 먹으면서

공부하고 실습하던 곳

우린 푸른 사각 무대를 잊지 못한다

잊을 수가 없다

빨간공 둘, 힌공 하나, 노란 공 하나가

어른거린다

저녁 잠자리에 들면 천장이 온통

사각 링으로 보였다

저 구석으로 치면 왼쪽으로 돌아서

이쪽 끝 부분에 도달할거야

이런건 아주 얇게 밀어서 공을 굴려야 한다

가볍게 끌어요

이 경우는 밀어치기를 하면 쉽지

혼자서 일등을 하고도 남는다

다음 게임 때는 나를 보여 주겠어

반 나절을 서서 끝장 씨름도 했던 곳

지금 우린 45년을 넘어 그 시절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늘 당구알이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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