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다 다른 삶

마음의행로 2016. 7. 30. 20:56

 

할아버님은 옛 공부를 많이 하셔서

마을이고 읍이고 출입에 자유스러우셨다

언제나 움직이시는 곳에는 어르신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말씀도 잘하시고 역사적인 이야기와

학문적인 이야기 등을 하셔서

모두들 모여 듣기를 좋아하셨다고 하신다

아버님이 언젠가 나는 할아버지의 십 분 일도

못하신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산더미 같이 쌓인 서재가 육이오 때

불에 타서 재더미가 되어 몇 권의 책만

건지셨다며 배움에 대한 아쉬움을

내 놓으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아버님도 한자 공부에 대해서는

어디가셔서 지지 않으셨던 분이셨다

신 학문에는 접근을 못하셨지만

시골에서 신문을 놓으신 적이 없으셨다

마을 분들도

새로이 이사를 온 우리 가족에게

쉬이 여기지 않았다

아버님은

마을 동갑들과 같이 금방 친하게 되시고

늘 마을 일에 앞서 가시고 신문 사설에서

얻으신 내용으로 주변을 이끄셨다

고생도 많이 하셨지만

셈이 빠르셔서 큰 공사를 따내셨고

여기서 많은 이익을 얻어 제법 부자가

되었다

아들 다섯 딸 하나를 다 잘 가르치셨고

큰 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어머님 간호로 오래 지탱을 하셨다

우리 세대가 된 지금은

우리가 할아버지 세대가 되었다

공부도 할만큼 했고 그리 어렵잖게 살야 왔다

일도 할 만큼 해왔고 남이 보아서 후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다

할아버님 인생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을까?

무엇을 잘 하셨고 무엇에 대해 후회나

아쉬움을 가지고 계셨을까?

자손에 대해서는 뭘 남기시고

뭐가 부족했다고 여기셨을까?

아버님께서는 가난을 물리치시고

집안을 다시 일으키셨다

자식들도 다 잘 기르셨고 가르쳤다

본인의 생각은 어떠하셨을까?

철없어 보이는 자식들을 끝까지 지켜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또 뭘 서운하게 생각하셨을까?

본인 스스로 하고 싶으신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여기고 계셨을까?

지금 우리는 자식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만

아버님 이상 세대에서는

자식들과 대화가 거의 없으셨기에

더 더욱 알고 싶고

부족한 우리들을 어떻게 보고 계셨을까

부담스럽고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내 나이 할아버지가 되고 자식들 자라고

손자들을 보면서

할아버님 아버님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꿈을 가지고 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세상사 보다는 결국 자식들에게

어떻게 해왔고 뭘 남기고 그들에 주지 못한

사랑은 얼마나 되었을까? 하면서

자신을 돌아 본다

나에게 충실하게 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는 기간이 길어져

나 자신을 돌아 보는 시간이 많아서

못했던 일이나 꿈을 나중에라도

시작 할 수 있는 고마운 시절을 살기에

후회가 적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역시 남는 건

아내에게 다 주지 못한 사랑이다

좀 더 일찍 철이 들지 못해 부끄럽고

아쉽고 미안함이 가득하다

자식들에게도 어떤 면에서는

좀 강제적으로 했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맘에 걸린다

자유롭게 기르긴 했지만 그들이 허비한

삶의 깊이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게

아쉬움이 아닌지 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늦게 철든 것처럼

자식들도 또 그 길을 걷어갈 것이다

모르면서 알면서.......

우리에게 누구나 같은 인생은 하나도 없고

같은 길도 없는게 인생이라면

조용하게 남은 나의 길을 살아가는게

맞지 않겠나 싶기도 한다

그들에는 그들의 길이 있을테니까

맡기고 스스로의 길을 스스로 걷도록

격려하고

언젠가는 한 번쯤

나의 후회를 들려 주고 떠나고 싶은게

나의 인생을 마치는 마지막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여 보기도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그들도 또 나처럼 생각할게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게 결국은 내 인생이었구나 하는 날을 맞으면서

앞서 사신 조상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니

별도로 가르칠 필요가 없는게 인생이 아닐까?

내가 나를 보면서 나에게 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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