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등물

마음의행로 2016. 7. 31. 20:54

 

7월 마지막 날 입니다

한 더위가 숨이 턱 막힐듯 꽉 차 있습니다

열탕에 들어 온 느낌입니다

숨 돌릴 곳이 없어 선풍기로는 아니되고

에어콘 바람은 싫고

이때 꼭 필묘한 건 바로 찬물 샤워

하지만 나오지마자 바로 땀이 송글송글,

앞으로 보름 남짓 지나면

여름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떠날 채비를 할터

이쯤 시간에는 어린시절 방학 시절이

떠오르지요

방학 동안에는 소를 몰고 풀을 뜯기려

산이나 들로 다녔지요

어린이에 불과한 것 같지만

큰 소는 참 말을 잘 들어 주었습니다

이리가자 하면 이리가고 저리가자 하면

저리가고

풀을 배불리 뜯기우고 나서 하는 일이 있는데

더위를 피하기 위해 목욕을 하는 것이지요

소는 옆 소나무에 매어 놓으면

소나무 근처 풀을 뜯어 먹었지요

끈을 좀 넉넉히 주어 자유롭게 놀면서

입이 닿는데 까지 먹도록 하였습니다

우리는 곧장 물로 들어가 헤엄을 치며

술래 잡기 놀이

한 숨으로 누가 멀리가나 하는 내기

한 숨으로 누가 물 속에 오래 있나 시합하고

술레잡기 놀이는 단골 매뉴로 가장 즐겼었지요

놀던 곳은 방죽이었는데

둠벙보다는 크고 큰 저수지 보다는

작은 중간 크기의 저수지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해가 뉘엿 할 때까지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물속에서 놀았으니

여름은 이렇게 쉽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배도 고프고 소를 다시 집으로 데니고 오면

어머님이 끌여 놓은 팟 밀죽은 꿀맛 자체였습니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남은 것은 쉬지 않도록

바구니에 매어 달아 우물 안 깊숙히 넣어

놓으면

다음날 아침 또 온 식구가 먹었습니다

이 우물은 집집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었는데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숩고

참 좋은 우물이었지요

어느날 수박을 나누어 먹는데

냉장고 같이 시원한 우물물에서 꺼내었기에

수박에 냉기가 섞여 있을 정도였답니다

먹기에 앞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우물 물을 두레박으로 떠올려서

등에다 부어 등물을 해 주시던 일입니다

그 생각만 해도 가슴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드는 것은 차거운 셈물 때문이지요

할머님이 손수 등물을 해 주셔서

그 일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 이 등물보다 더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것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목에서 등으로 허리까지 부어 내리면

오싹한 느낌이 온 몸에 전달되는데

한 손으로 가슴에 흘러 내린 물을 흩어

내었지요

깊이가 4~5m 되는 셈물은

여름엔 냉장고였고 겨울엔 온장고였습니다

수도가 없던 시절

한 여름 밤에는 이 등물 한 바가지면

저녁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던

시골집 추억이 새롭습니다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년,월,주,일의 단위  (0) 2016.08.03
어떤 외출  (0) 2016.08.01
계절이 바뀔 때마다  (0) 2016.07.31
다 다른 삶  (0) 2016.07.30
계절의 빛  (0) 201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