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천리향

마음의행로 2016. 3. 6. 01:46

 

 

베란다에 두어서 인가?

2월이면 피기 시작하는 꽃이다

아마 복수초에 못지 않게 일찍 꽃을 피운다

가지 끝마다 몽울 몽울 피는 걸 보면

그 작은 꽃이 모여 한 송이를 이루어 내는

역사를 그들은 매년 만들어 내고 있다

6층 아들 집에 수시로 다니시는 할머님이

보시더니 어떻게 그리 해마다 꽃을 잘 피우냐고

부러워 하신다

그런데요 새끼를 치지 않아서요

천리향은 5월에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뿌리가 나온다고 일러 주신다

꽃의 향기가 집안에 가득하다

공기를 바꾸려고 배란다 문을 열면 꽃보다

향이 진동한다

꽃값이 만원이면 향은 십일만원이다

한 나무에 가지가 많은데 가지 끝마다 꽃을 피운다

그 향에 얼마나 많은 벌과 나비가 찾아 들텐데

꽃의 수절을 내가 시키고 있구나 생각하니

혹 내가 죄인이 되지 않을까 ?

살며시 겁도 난다

이 번 봄에 꽃이 지고 나면 생전 식물을 한 번도

키워 낸 적이 없는 순수하고 잘 삭은 마사토에

거름을 넣고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심기로

아내와 합의를 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꺾어 물에 넣어 새 식구를

만들어 6층 할머니네로 주기로 했다

이 천일향 나무를 이웃에서 받아 애지중지 길러

이렇게 크고 보기 좋게 키웠으니

새 식구가 될 꽃 꽂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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