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그곳에 세상이 있었다

마음의행로 2016. 4. 30. 06:08

어려운 이야기 입니다

세상 만물이 모양이 크기가 성질이 색깔이

다 다르고 커나가는 과정과 환경이

순간 순간마다 다르듯

인생에 있어서도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이 다르다

그러하니 걸어 온 그 길의 수를 세어 본다면

그 얼마이랴 캄캄해진다

같으며 다르고 다른 듯 다 다른 길들

생의 가운데 중에서 느그막에 여행을 하다보면

서로간 생의 비밀이 하나씩 묻혀 나오기 마련이다

그도 차안에서 하는 말들에는 진실함이 무한하다

새벽 두 세시면 일어나 밭으로 나가면

그 무엇이 제대로 보일까 마는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는 식물들이라

발 끝 손 끝 하나가

떡 잎 하나에도 상처하나 주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오는 눈빛도 있지만

마음의 눈빛이 더 넖고 깊으시단다

새싹 새풀 하나 하나에 숨겨진 살아가는 모습들

우리의 양식을 위해 키우는 놈들은

옆에서 자라는 풀들과 달라 어려서부터

약하고 가꾸어 주기를 기다리고

주변 풀들에 치어 살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걸 보는 손과 발 눈과 코 귀 몸뚱아리는

이 밤 중이라도 나와서 주변 정리를

하여 주지 않으면 안된다

너에게로부터 내가 취할 것이 있으니

돕지 않으면 아니된다

햇살 나오기 전에 목을 축여 주어야

힘을 바로 얻게 되어 아침을 맞는 그들에게

물을 주는 일도 멈추기 어렵다

게으름이 껴들 틈이 한시라도 있을 수 없다

남이 보면 슬슬 놀며 농사짓는 것 같아보아도

내면에는 그들과 자면서도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 많은 숫자를 가진 그들과 나누는 말은

헤아릴 수가 없다

거기에다 늘 등긁게를 가지고 다니면서

하나 하나에 가려운 곳까지 긁어 주려면

손길 발길들이야 마음길들 까지이다

자라나는 그 싹들이 펼치는 생존 경쟁을

보고 있노라면 신비롭다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그 곳에 가지를

먼저 뻗혀 선점하려 하고 햇빛을 더 받으려 한다

뿌리도 못지 않게 거름기가 있는 곳이면

어느새들 상대의 뿌리가 와 닿아 있다

수확을 많이 내려고 기르고 관리하는

농부 편에서는 한가지도 놓칠 수 없는 눈이 있다

오늘은 솎아 주기를 하는 날이다

마음에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어느 것을 솎을까

싹들 하나하나를 들여다 본다

솎이면 그는 죽음이 되어 다른 풀들보다

못한 신세가 된다

마치 궁궐에서 살다 쫒겨난 귀인처럼,

거리를 보면 이놈을 속으면 좋겠으나

튼튼하고

솎아내지 않을 곳에 있는 놈은 약히다

튼튼히 자라 가까이 있는 두 놈 중에서

하나는 죽음으로 가야하고 하나는 살아 남는다

솎이지 않아도 되는 홀로 있는 놈이

경쟁하지 않고 천천히 자라 모자라면

그도 솎임의 대상이다

재수가 좋은 놈은 솎임을 당해도 산다

바로 이 놈이 있는 곳을 파내어 버리고

솎인 놈을 다시 심는 것이다

이렇게 한들 그들이 농부에게 뭐라고 한마디

할 수도 있으랴 항의 하지도 못하고 하지도 않는다

이것 뿐이랴

바람 길, 물 길 보며 방해가 되는 놈도

숙청의 대상이 된다

이런 농부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그 모습에서 처연한 생각이

그 때 그 때 든다

너무 잘 자라도 흠이 되는 놈도 있다

영양 상태가 좋으니 여러 벌레를 끌어 들이게 된다

이 벌레 저 벌레 이 해충 저 해충

이 병균 저 병균으로 침략을 받게 된다

세상사 항상 좋기만 하지 않는다

부잣집은 꼭 외 아들이듯

잘자란 놈은 열매를 많이 맺지 않는다

좀 부족하게 자란 놈이 후대를 번성시키려고

알곡을 많이 생산한다

농부는 이를 알아 차리고 맞게 거름도 주어야 한다

잘 키워 놓은 밭의 소출은 적기 때문이다

농사가 끝이나고 알곡은 거두어 들이고

쭉정이는 땔감이 되기도 하고 두엄이 되어

내년 농사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다 Recycle이 되어 한가지도 헛됨이 없이,

버려짐도 없게 되는 것이다

농부는 작물에 있어서 신이다

그의 관리를 모두들 숙연히 따른다

죽음까지도...

인생은 어떠할까

신에게 저항도 하고 욕도 하고

당장 이 억울한 현실에 나타나 재판장이

되라고 소리를 지른다

참 축복 받은 인생이다

감히 덤벼들기도 하고 하는 것을 보면...

또 이를 받아들여 솎임을 당해도 사는 놈이

있는 것 처럼 살려 주는 인생도 있다

신의 선택에 있는 것이다

먼저 죽고 나중 죽고 병들고 아니 들고

잘 먹고 적게 먹고 잘 입고 못 입고

폭풍을 만나고 아니 만나고

다 크신 조물주의 뜻 아니겠는가

그 작은 작물들의 크고 자람에서

생을 배움은 어느 노트에 적혀 있으랴

새벽부터 밭을 갈고 풀을 뽑고 물을 주는

농부의 마음 판 노트가 아니랴

그곳에 세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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