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도께비 시장 한 바퀴

마음의행로 2016. 1. 1. 11:01

바람이 분다

장 보러 시장 바구니 하나를 들고 나섰다

바구니라야 요즘은 잘 개면 손에 쏘옥 들어가는

천으로 된 것이다

일 회용 비닐 사용을 막고 비용도 줄이기 위해

권장한 적이 있는 펼치면 제법 물건을 넣토록

된 지갑 같은 것이다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늘 신경 쓰이는게 있는데

차와 마주치는 것이다

오늘은 바로 재수가 없는 날이 되었다

오래 끈 자동차가 겨우 숨 쉬고 있다

담배 꽁초가 흭 내 던져 진다

다시 골목을 빠져 나간다

매연은 골목에 오래 남아 고스란히 내 몫이다

노인 어르신께서 많이 다니시는 좁은 길로

겨우 차 한 대를 갓 쪽으로 대어 놓으면

여유가 별로 없는 골목 길이다

그래도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으로 집 집마다

골목 편에 꽃과 감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들이 있어

제법 많은 열매를 구경할 수 있다

도께비 시장과 맞닿는 곳에는 방앗간과 보세가게가 있다

그 옆에 쟁반 냉면집이 있는데 량이 많고 맛이 있어

제법 이름이 나 있어 찾는 사람이 많아 북적였다

주인이 욕심이 생겨 세를 올리는 바람에 문을 닫았는데

해가 지나도록 비어 있다

몇 사람이 야심차게 덤볐으나 모두 문을 바로 닫았다

골목을 잘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신용을 쌓지 않으면 아니되는 곳이다

보세 상품 가계 아주머니는 늘 동네 아주머니들과

가게 안에서 함께 지낸다

동네 분들과 말 붙이기 겸해서 어울리는 장소이다

늘 깨끗히 빨아 놓은 상품들로 브랜드 끼가 조금 묻어 나는

물건이 앞쪽에 걸러져 있다

오른쪽 끝에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 젊은 애들처럼

하고 사는 미장원 집 가게가 있다

오래 미장원을 한 집이라 노인 할머니 손님으로

늘 두 서너 명은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떡 볶이집 빨간 떡가레를

아주머니가 보며 지나간다

그녀는 지금 갈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두개만 먹고 갈까하다 애들 생각에 냄새만

가슴에 담고

오천원이라고 써진 종이 팻말이 즐비하다

프라스틱에 채워진 사과, 딸기, 고구마, 바나나 등

앞 앞 손님들이 한우 쇠고기 주문하는걸 보고

돼지고기 조금 사기가 비교가 되어서

문을 열고 할머님 한 분이 그냥 나가시던 고깃간

천원 천원 입에 마이크 달고 외치는 야채가계 아저씨

들락거리는 사람들

먹고 살려고 싼 것 찾는 사람들의 눈빛

빨간 등불아래 김 모락 오뎅 꼬지들

그 앞에 서서 빼 먹는 학생들

국산을 고집하는 양심 생선가게 아저씨

번지르한 고무 앞치마

두톰한 도마에 꽂아진 생선 칼

줄서서 기다리다 먹는 춘천 닭갈비 집

입맛 술맛에 젖어

알딸하게 튀어나오는 왁자지껄한 말들

80이 되어서도

직장을 지키시는 약국 할아버지 힌 까운

이거 찍어먹어 보세요

맛 있어보이는 빨간 색 젖갈 옆에

놓여진 맛보기 젖갈

오늘 바나나는 싼편이네

두덩이를 비닐봉지에 담는 아네

두부 한 모에 1500원 이를 직접 만들어 파는 부부

허기진 할아버지에게 반 모 잘라 양념장 넣어

잡수케 하던 아주머니 마음이 오래 남아 있는 곳

쌈직한 등산복 가게를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재주

조금 시들었다고 열무 한 단을

단골에게 그냥 주며 미안해 하는 손길

단체 손님 주문 받아 수북히 쌓아 놓은

한 줄에 1400원 짜리 김밥 집의 바쁜 손길

자전거 끌고 오토바이 앵앵

서로 엉켜진 무질서 속에 질서 정연한 삶의 고리들

가락 시장 경매 물건 사다가 니누어 팔아 남은 돈으로

힘을 얻고 사시는 도께비 시장의 나날들

부족해 보이고 처연해 보이는 천막 날개 밑에서

사고 팔고 깍고 흥정이 이뤄지는 기다란 골목

정이 서로 들어 오가며 손짓하고 손목 잡고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내고 사시는

가게 아주머님들

싫다고 싫다고 하는 아들 며느리 끌고 나와

결국 장사 시킨 채소가게 억센 시어머니

꼿꼿했던 자세 부드러워지고 돈 맛이 붙은 며느리

그 시장통에 들어 있는 생활이라는 일상의 면모들

대형 슈퍼 가지 않고 지켜주신 고객에 최선을 다해

보답하는 도께비 시장의 면면에는

고달품과 보람 깍아주는 인정과 하나 더

덤으로 주는 묘한 단맛

장사가 잘 되도 아니 되어도 반갑게 맞아주는 손

귀에 대고 조금 더 줬어 라고 맨트하는 아주머니

도도리 치킨 집, 손수 구워 싸게 파는 빵집

마른 생선 멸치 오징어 등이 가득한 건어물 아줌마

옛날식 식칼로 숭숭 썰어져 나오는 순대

이것이 시장이다 라고 적나라하게 삶의 현장을

보여 주는 도께비 시장의 하루는

사고 팔고 흥정하고 깍는 맛에 삶이 진지하고

거짓 없고 온기 넘치고 밝고 웃음이 펴지는 곳

기다란 골목 양편에 길게 늘어진 가게들과 아주머님들

서민의 애환과 정을 서로 나누는 곳

도께비 시장

마을은 그들을 지켜 주고

그들은 이 마을을 보살펴 주고

대기업 발 붙이이지 말아야지

돈은 이 동네에서 굴러 다녀야 서로 돕고 살지

그 놈들 오면 알바생 두 세명으로 돈만 빼가고

마을은 황폐해지지

그럼 절때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돼

쪼그란 검은 중절모 쓰신 할아버님의 세상 들여다

보시고 하시는 말씀

밝은 전등 불 쭉 켜진 기다란 도깨비 시장

개발도 필요 없고 서민이 살기 좋은

긴 골목이 길이 길이 남아

서민과 숨 쉬는 문화 골목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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