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

마음의행로 2015. 11. 13. 10:31

어려서부터 인간은 서기를 배웠다

꼭 서야만 했다

서야만 산다고 유전인자가 일깨워 주었다

기어다니다가 꼭 섰다

그리고 걸었다

노인이 되서 다치게 되면 자리에 눕게 된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죽음이 기다린다

일어나 서면 산다

기능 장애이건 힘이 부족하건 간에 서야 산다

이른 아침 시간에 병원을 찾았다

비가 조금씩 뿌리고 있었다

여자 노인 한 분이 우산을 접은채 구부정한 몸으로

병원 입구로 들어 오신다

그리고는 병원 턱 시멘트에 잠간 쉬시기 위해

앉으신다

할머님 왜 우산을 바치시지 않고

비를 맞고 오세요?

아침에 딸이 챙겨 주었는데

이걸 들기도 힘이 드신단다

그래 비를 맞고 오셨던 것이다

또 잠시라도 쉬면서 힘을 모으시기 위해

턱에 걸터 앉으셨단다

조금 후에 빙글 빙글 도는 병원 문으로.

들어가신다

걸어야 살아 하시면서 들어가신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서야만 죽지 않음을 가르쳐 주신다

우산들 힘이 부족해도 서야할 힘은 가져야 한다

그래 잠간 쉬시면서 힘을 모으시고

다시 걸으신거다

서시기만 해도 행복하다

누어서 몇 년을 지내시고 결국 그 자리가

죽음의 자리가 되신 분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던 서야만 살 수 있는 인간

신은 우리를 세웠다

권력의 자리에 명예의 자리에 부의 자리에

부모의 자리에 어른의 자리에

우리를 세우셨다

우린 바로 세워지지 않으면 흐트러지고

무너지고 깨지고 하여

결국. 죽음에 이른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힘에 맞게

꼭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걸어야 살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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